민주당 혁신위, 10일 혁신안 발표…'대의원제 폐지' 두고 당내 갈등 폭발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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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3일 여의도 당사 앞에서 '노인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10일 발표할 혁신안을 두고 민주당 내 갈등이 폭발할 조짐이다. 혁신안에 대의원제 폐지가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검찰·경찰발 사법리스크,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외부 이슈로 인해 다소 소강상태를 보였던 당내 힘겨루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를 둘러싼 거센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대의원은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등으로 구성됐다. 약 1만 6000여명이다. 권리당원(약 114만명)의 1%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이들은 당내 투표에서 더 큰 권한을 행사한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른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다. 이를 권리당원(약 114만명) 비율로 환산하면 대의원 1명은 사실상 권리당원 50~60명에 해당한다. 이를 이유로 친명(친 이재명)계는 대의원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온 돈 봉투 살포 의혹이 대의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의원제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반면에 대의원제 유지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의원제 목적이 이른바 취약 지역, 소외 계층 등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과 호남권의 권리당원은 대구·경북(TK) 지역 등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취약 지역·계층에 대한 배려 없이는 전국 정당화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이다. 특히 일부 정치인이 현재에도 '팬덤'에만 기대는 방식으로 당에 부담을 주는 '자신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의원제까지 폐지된다면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비판이다.

그런데 만약 혁신위가 혁신안에 대의원제 폐지를 포함하면 사실상 친명계의 요구를 구체화한 셈이 된다. 10일 발표할 혁신안이 당내 갈등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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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국회에서 확대간부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지도부가 혁신안을 똑같이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동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돈 봉투 사건 조작설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저하 주장 △노인 비하 발언 등으로 각종 구설에 올랐다.

또 그동안 혁신위가 민생·정책 개혁 등에 대한 점검은 외면한 채 당내 제도 개선에만 골몰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이 2021년 4·7 재보궐 선거와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등에서 연이어 패배한 것은 당내 제도의 문제보다 부동산 등 정책 실패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인 안일한 현실 인식 탓이었다는 점에서 혁신위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도 대의원제 폐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민주당에서는 1인 1표가 되면 안 되나”라며 “당대표도 1표, 국회의원도 1표, 대의원도 1표, 권리당원도 1표인 헌법상 보장된 평등 선거를 하자”고 공개적으로 혁신위를 압박했다.

반면에 박홍배 전국노동위원장은 “민주당은 2011년 12월 16일 당시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의 합당 선언으로 만들어졌다. 지금의 한국노총과 민주당의 영구적·항구적 정책 연대 관계는 대의원제와 노동 권리당원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면서 “다른 분야에 미칠 영향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의원제 폐지가 결정된다면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 파기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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