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범용 반도체까지 압박…韓 장비업계 수출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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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DB

대중 반도체 압박을 가하고 있는 미국이 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범용 반도체 기술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해 파장이 주목된다. 범용 반도체는 우리나라 장비 업체들이 중국에 수출 중인 품목이어서 미국발 규제가 확정될 경우 국내 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자국 첨단 반도체와 장비 수출 통제 규제를 시작한 데 이어 범용 반도체 장비로 규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성숙(Legacy) 공정으로 제작된 반도체 제품을 중국이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미국과 유럽연합(EU) 정부가 추가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지 못하도록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을 통제하자 성숙 공정, 즉 범용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장비들을 입도선매하듯 대거 사들였다. '이 대신 잇몸'으로 미국의 제재를 최대한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유일하게 EUV 노광 장비를 만드는 ASML은 중국에 EUV를 팔지 못했지만 심자외선(DUV) 장비를 통해 오히려 매출이 늘어났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범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 시장 지배력을 높일 경우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범용 반도체는 10나노(㎚) 미만의 최첨단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등은 물론 미사일·레이더 등 군사용 무기에도 중요하게 쓰이기 때문에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 산업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문제 인식에 기반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2026년까지 200㎜·300㎜ 웨이퍼를 사용하는 26개 반도체 공장(팹)을 건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주 지역 16개 팹보다 많은 숫자다. 이에 미국과 EU는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범용 반도체, 즉 성숙 공정에 대한 추가 규제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 보다 직접적이면서, 더 큰 여파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중국에 수출한 제품들은 주로 증착 공정에 부가 기능을 더하거나 열 제어, 계측·검사, 세정·세척 등을 하는 장비다. 최첨단 공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범용 제품들이어서 그동안 미국 규제 밖에 있었다. 때문에 미국이 성숙 공정까지 규제를 확대하게 되면 사정권 안에 들어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 수출은 이미 대중국 규제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국내 반도체 장비 규모는 13억7000만달러 수준으로 2021년(22억5800만달러) 대비 40% 축소됐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은 미래 산업 주도를 위한 핵심 기술 확보 성격으로 단기간에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국 규제가 우리 산업과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우리나라도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이 세계 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초격차 기술을 중심으로 협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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