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국 내 반도체 증산 5→10% 허용을" 美에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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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정부가 미국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기존 5%에서 10%로 늘려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부당한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반도체법 안전장치(가드레일) 세부 규정에 대해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규정안에 있는 ‘실질적 확장’과 ‘범용 반도체’ 등 핵심 용어의 정의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가드레일 세부 규정에는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10년 간 중국 등 우려국가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한다고 명시됐다. 여기서 실질적 확장이란 첨단 반도체 경우 5% 이상, 범용 반도체 경우 10% 증산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대부분 첨단 반도체로 분류된다. 가드레일이 시행되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를 10년간 5% 이상 증산할 수 없게 된다.

우리 정부는 실질적 확장의 기준을 5%(첨단 반도체)에서 10%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를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한 생산 능력 확대의 마지노선으로 평가한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첨단 반도체 장비 도입이 가로막혀 중국에 신규 공장을 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범용 반도체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는 것”이라며 “기술 업그레이드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경우 공정 단계 증가와 공정 시간 소요에 따라 오히려 생산 능력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에 10% 증산은 적정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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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미국 상무부에 낸 가드레일 규정안 의견서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실질적 확장 기준을 5%에서 10%로 높여야한다고 의견서를 통해 요청했다.

다만 학계에서는 10% 증산도 기업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했다. 수익성을 고려하면 중국 생산 능력 확대가 매년 5~8%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가 파악한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 생산량은 지난 10년간 110% 증가했다. 황 교수는 “미국이 가드레일로 제시한 증산 범위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기업은 이익 감소 또는 적자를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향후 시장 확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첨단 반도체 생산량을 10년간 10% 이내로 성장을 제한하는 규제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범용 반도체 정의 기준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미 상무부는 범용 반도체를 △28나노 이상 로직 반도체 △18나노미터 초과 D램 △128단 미만 낸드 플래시로 규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정부에 이같은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 상무부는 현재 의견 접수를 마감했으며 관련 내용을 검토해 연내에 확정된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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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 세부조항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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