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4단체·원격의료협 나란히 입장문
6월 1일 시범사업 확정 앞두고 입장차 여전
보건복지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방향을 공개한 후 의료단체와 플랫폼 업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야간·휴일에 한해 소아청소년과 초진을 제한적으로 허용할지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자 의료단체는 제한적 초진도 금지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원격의료 플랫폼 업계는 사실상 ‘비대면진료에 사망선고를 내렸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비대면진료를 놓고 충돌을 거듭해온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는 19일 나란히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복지부가 당·정협의를 거쳐 지난 17일 내놓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30일 이내 △동일 병원에서 △동일 질환으로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환자로 제한했다. 비대면 약배송도 금지했다.
당초 야간·공휴일에 한해 소아 초진을 허용키로 했다가 당·정협의에서 재검토 의견이 나오면서 6월 1일까지 사업안을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으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시범사업안에 대해 “반(反) 비대면진료 사업이자 사형선고”라며 시범사업안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호소했다.
협의회는 일부 환자에 초진을 허용했다지만 범위가 극도로 제한적이고 간단한 문진으로 더 큰 질병을 예방하는 기회를 차단한 셈이어서 결국 국민 건강권을 박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동일한 약을 반복 처방받는 만성질환자에게도 대면 수령을 강제한 것은 의료접근성 증진이 목적인 비대면진료의 본질을 훼손했다고 봤다.
협의회는 “의료 서비스의 가장 마지막 단계가 의약품 수령·복용인데 특정 단계에서만 비대면을 원천 배제한 것은 약업계 기득권만 대변한 결정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폭증해 공적 의료전달체계가 마비됐을 때 정부와 일선 보건소를 대신해 비대면진료를 연결하고 재택치료자에게 무상으로 약을 전달한 것은 비대면진료 산업계였다”며 “코로나 위기의 터널을 지나자마자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겠다는 정부를 어느 기업가가 믿고 혁신과 투자에 나서겠나”라고 토로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4개 단체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전반적으로 찬성하면서 일부 항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놨다. 정부가 결정을 미룬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야간·휴일 초진 허용’에 반대하며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소아청소년은 표현이 서투르고 증상이 비전형적인 환자군 특성이 있어 반드시 대면진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복지부는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지정된 질환(2022년 기준 1165개)에 해당하는 희귀 질환자가 1회 이상 대면 진료한 경우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의 작동상태 점검과 검사결과 설명 등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의사가 판단한 환자에 한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시범 제공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비대면진료 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 등을 감안해 법적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줄 것도 요구했다.
한편 복지부는 소아청소년과의 제한적 초진 허용 여부 등을 다음달 1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오는 8월 31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