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으로 몸 만드는 중견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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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VC)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이용한 우회상장으로 증시 입성에 속속 도전하고 있다. 벤처투자시장 침체 속에서도 탄탄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중견급 VC가 중심이다. 높은 공모가를 노리기보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향후 시장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3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중견급 VC인 HB인베스트먼트와 캡스톤파트너스가 연이어 스팩을 이용한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최근 코스닥 상장법인 NH스팩25호와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7월 증권신고서 제출 후 합병 승인을 거쳐 10월 19일 합병 신주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HB인베스트먼트도 스팩합병 절차에 한창이다.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0월 NH스팩23호와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연초 합병일정을 조정하고 다음달 19일께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 현재 금융감독원 심사를 앞두고 있다. 합병 뒤 신주는 8월 30일 상장된다.

이번 합병으로 조달하는 자금 규모는 캡스톤파트너스 54억원, HB인베스트먼트 148억원 상당이다. 이미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스팩과 합병하는 만큼 합병비율을 산정해 자금 조달 규모가 정해진다. VC는 공모가 등에 변수가 많은 직상장에 비해 안정적 자금조달을 선호하므로 스팩을 이용한 우회상장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업계 실적이 악화됐지만 양사 모두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 전년 대비 각각 39.38%, 19.39%, 22.89% 늘었다. 캡스톤파트너스 역시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8.21% 증가했다.

황유선 H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해 실적이 상당히 괜찮았고 올해 실적도 기대할만 하다”며 “슈어소프트테크, 크라우드웍스 등 포트폴리오 다수에서 올 상반기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지난해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사업보고서가 확정되는 시점에 맞춰 합병 절차를 개시한 것”이라며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은 물론 딥테크, 연구실창업 등 주력 분야 투자는 물론 펀드레이징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올해가 시장 재편 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시장침체에도 앞서 기업가치를 낮춰 공모흥행에 성공한 LB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스팩 상장을 시도하는 VC가 자금조달 규모를 줄여서라도 상장에 나서는 이유다. 실제 상장을 추진 중인 VC는 물론 앞서 상장한 VC 모두 조달한 자금을 대형펀드 조성에 활용하고 있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시장 침체를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슬슬 대비에 나설 시점”이라며 “대형펀드 결성이 가능한 VC 중심으로 펀드 출자자(LP) 유치부터 투자기업 선호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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