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두 살배기 딸 남기고...우크라 킥복싱 세계 챔피언,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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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딸과 함께한 비탈리 메리노우. 사진=비탈리 메리노우 인스타그램

우크라이나 출신의 킥복싱 세계 챔피언이 전선에서 러시아군과 싸우다가 입은 부상으로 사망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개전 후 우크라이나에서만 선수 185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현지시간)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이바노 프랑키비츠의 루슬란 마르친키우 시장은 킥복싱 세계 챔피언 출신의 운동선수 비탈리 메리노우(32)가 전투 중 당한 부상으로 지난달 31일 병원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메리노우는 네 차례나 킥복싱 세계 챔피언에 등극하고 각종 격투기 무대에 서는 등 전쟁 발발 이전까지 격투기 선수로 활발히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친키우 시장은 "비탈리 메리노우는 (러시아의) 본격 침공 첫날 전쟁터로 떠났다"면서 "비탈리는 전투 중 다리에 총알 파편이 박히는 상처를 입었으나 회복 후 전선으로 되돌아가 마지막 순간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켰다"고 전했다. 그가 어느 전투에서 상처를 입고 목숨을 잃게 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메리노우는 생전 이바노 프랑키비츠 의회 의원으로도 활동했다. 마르친키우 시장은 "(메리노우의 죽음은) 이바노 프랑키비츠 지역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이라며 "그는 아내와 두 살배기 딸을 남겼다. 영웅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서는 이전까지 군과 무관했던 일반인들이 조국을 지키겠다며 자발적으로 입대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서방 정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바흐무트 전선 등에서 머릿수를 앞세워 우크라이나군 방어선을 억지로 뚫으려다 막대한 인명손실을 겪었으나,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달 2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국제 대회 출전을 개인 자격으로 국한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나 벨라루스 현역 군인 또는 군에서 운영하는 팀에 소속된 선수는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등 국제대회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