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이 보안 문제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다. 대상직원 중 일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선이 달린 2024년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Kommersant)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달 초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국내 정책, 공공 프로젝트, 정보통신기술 및 통신 인프라 개발 부서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방침을 내렸다.
폐기기한은 현지시각으로 3월 31일까지. 대상이 되는 러시아 대통령실 직원들은 이날까지 미국제 기기를 폐기해야 한다. 코메르산트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은 이제 끝났다. 버리든지 아이들에게 주든지 둘 중 하나”라고 전했다.
4월 1일부터 iOS 체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된 행정실 직원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나 자국에서 개발한 운영체계인 오로라(아브로라)를 이용하는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
코메르산트는 “크렘린궁(대통령실)이 직원들에게 아이폰을 안드로이드나 중국 또는 러시아산 아날로그 휴대전화로 교체할 것을 촉구했다”면서 “크렘린궁의 아이폰 금지는 러시아 정부가 직접 개발한 오로라 등의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모바일 생태계에서 주권을 차지하고, 서구 기술로부터 국가를 떼어놓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애플 등 서방의 IT 대기업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모바일 생태계 구축을 논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오로라 OS가 개발됐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당국의 이번 조치를 정치적 동기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현지 정치분석가 니콜라이 미노로프는 “비우호적 브랜드에 대한 거부가 아닌 순전히 보안 문제에 따른 것”이라며 “정보 유출 위험이 없는 곳에서는 아이폰 등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이폰 금지가 사실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스마트폰은 공식적인 업무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운영체제에 상관없다”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