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차기 면세 사업권을 둘러싼 입찰 경쟁이 본궤도에 올랐다. 엔데믹 전환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입찰은 역대 최대 규모 사업권이 걸린 만큼 업계 관심이 뜨겁다. 글로벌 1위 중국국영면세점기업(CDFG)과 국내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현대백화점면세점 등 대기업 4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입찰 참가 신청을 마쳤다. CDFG도 이날 오후 참가 신청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플러스·경복궁 등 중소 면세점도 신청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면세 기업 듀프리는 수익성을 이유로 참가를 포기했다.
참가 신청은 사업권별로 접수한다. 이번 입찰은 일반사업권 DF1~DF5와 중소·중견 사업권 DF8~DF9 등 7개가 걸려있다. 대기업 4사는 사업권 5개 모두 신청한 것으로 예상된다. CDFG의 경우 럭셔리 부티크 품목이 배정된 DF5 사업권을 제외한 4개 사업권 신청이 유력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세 차례 유찰됐던 이전과 달리 7개 사업권 모두 유찰 가능성이 낮다.
참가 신청을 마친 기업은 28일 오후까지 사업제안서와 가격입찰서를 제출한다. 인천공항공사 1차 심사를 거쳐 이르면 내달 사업권별 후보 사업자가 복수로 선정될 전망이다. 이후 관세청이 2차 심사를 통해 4~5월 중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 신규 사업자는 오는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사업권은 DF1과 DF2다. 면세점 주요 품목인 주류·담배·화장품·향수가 모두 묶였다. 이번 입찰에는 제1여객터미널(T1), 제2여객터미널(T2) 주류·담배 일반 사업권이 모두 걸려있다. 대형 면세점 입장에서는 DF1과 DF2를 놓칠 경우 향후 10년 간 수익성 높은 주류·담배 품목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화장품·향수 또한 중국 시장, 글로벌 진출 등을 고려했을 때 핵심 품목”이라며 “모든 업체가 DF1과 DF2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CDFG는 사업권 2개를 동시에 노릴 전망이다. 일반 사업권은 DF1~DF2 중 1개, DF3~DF5 중 1개 등 최대 2개까지 낙찰 받을 수 있다. CDFG가 자금력을 앞세워 입찰에 나선다면 국내 대기업과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입찰 심사에서 임대료 점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다. 국내 사업 경험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약점이다. 관세청, 인천공항공사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등 입찰 준비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기업들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과 2위 신라면세점은 입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후발 주자인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또한 향후 10년이 걸린 이번 입찰을 통해 사업 확장을 도모할 수 있다. 다만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T1에서 운영하는 사업권 고정 임대료가 부담이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