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장관 2회차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첫 번째 장관할 때는…”이다. 10여년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하며 현장의 정책 수용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는 설명을 할 때 쓰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책이 성공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정책이 그렇겠지만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고 개개인의 미래가 담보된 교육 정책은 더욱 첨예한 대립이 많다. 다수결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100명에게는 좋은 정책이라 해도 한 명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 한 명은 자신의 미래를 담보로 싸워야 한다. 이주호 부총리는 경험을 통해 이를 체득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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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과 입시 정책은 1~2년 동안 건드리지 않겠다고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문·이과 유불리가 심화하고 있는 수능 체계지만 이를 바로잡겠다고 나서다가는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대학 규제를 전면에 내건 이 부총리지만 등록금 재논의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도 교원 연수라는, 조금 더디게 가는 정책을 택했다. 챗GPT발 AI 혁명이 일상을 강타하고 있지만, AI디지털교과서는 2025년, 그것도 일부 학년·과목만 도입한다. 교육부는 5월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그림도 없는 상태에서 5월은 무리가 따를 수 있는 시간이다. 이를 감안하면 2025년이 결코 늦다고 할 수 없지만, 문제는 세상의 시계가 너무나 빨리 돌아간다는 점이다.

교실 혁명을 위해서는 교사가 바뀌어야 한다. AI가 행정 업무를 돕거나 보조교사 역할을 해 준다면 교사가 그 시간에 학생들을 더욱더 잘 돌보리라는 것도 너무 이상적인 기대일 수 있다. 세상이 2년 후에는 더욱 크게 빠르게 바뀔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디지털 기반 교육만큼은 '이주호'의 색깔대로 좀 더 혁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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