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바이러스를 효율적으로 사멸시키는 친환경 방역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이전한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박종목 박사팀이 pH 중성 환경에서 '인지질 외피 바이러스' 방역 기술을 개발해, 방역제 개발 업체인 유이케미칼에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지질 외피 바이러스에는 코로나19,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이 포함된다.
유이케미칼은 국립환경과학원과 농림축산검역본부 사용 허가를 받은 후 조류독감, 코로나19, 돼지호흡기증후군 등 바이러스성 전염병 방역에 활용할 계획이다. 상용화 목표는 올해 말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동시 추진한다.
그동안 바이러스 방역 기술은 효능과 안전성이 높지 않았다. 대부분은 산화성, 산성, 부식성, 세포독성 등이 우려됐다. 이 때문에 분무 방역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인지질 외피를 가지는 바이러스만 선택적이고, 저농도에서도 빠르고 효과적으로 사멸시키는 환경친화적인 방역 기술을 개발했다.
'식물성 기름'으로부터 얻어낸 '긴사슬 알코올 유도체'를 이용한 '셀-라이시스 기술(Cell-Lysis)'을 도입했다. 셀-라이시스 기술은 계면활성 물질로 바이러스 세포막을 용해·파괴한다. 이를 활용해 분무 방역 방식 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방역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인지질로 이뤄진 바이러스 세포막은 그 표면에 양이온(양전하)과 음이온(음전하)으로 이뤄진 전하층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 전하층에 이온 상호작용 없이 침투해 세포막을 파괴할 수 있도록 비이온계 천연 중성 계면활성제를 선정하고, 파괴된 물질들이 안정적으로 물에 섞이도록 설계했다.
이 기술로 0.05% 이하 낮은 농도에서도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1분 내 99.99%, 코로나19 바이러스는 30초 안에 99.99% 사멸시켰다.
기술 주성분인 긴사슬 알코올 유도체는 매우 안전한 물질로, 그간 사용된 방역제 대비 9분의 1 수준으로 낮은 세포독성을 보였다. 중성이어서 부식 걱정이 없고, 피부자극이나 호흡기 이상 증상도 없다.
이미혜 원장은 “이번 성과는 기존 방역 기술 대비 효율적이면서 안전한 기술”이라며 “겨울철 조류독감 뿐만 아니라 아직 종식되지 못한 코로나19, 해마다 반복되는 동물 바이러스성 전염병 차단에 새로운 방역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 및 산업통상자원부 공공혁신수요기반신기술사업화 사업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