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100일, '글로벌경영·민간외교관·미래동행' 실천 등 분주

'과감한 도전' '세상에 없는 기술' '훌륭한 인재'를 외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이 3일로 100일을 맞는다. 이 기간 이 회장은 남미와 중동 등 세계 사업장을 다니며 글로벌 경영 행보를 펼쳤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다보스포럼에 참가해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수행하는 동시에 협력사와 임직원을 챙기며 '미래 동행' 경영 철학을 몸소 실천했다. 지난 100일은 숨가쁘게 지나갔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주력 사업인 반도체 실적 부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타개할 방안을 찾는 것이 과제다.

이 회장은 작년 말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은 데 이어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UAE·스위스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또 다시 UAE를 찾았다. 중동에서 임직원에게 '과감한 도전'을 주문했던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현장 방문 등에 동행하며 UAE로부터 300억달러(약 37조2600억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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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 만났다.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오찬에는 평소 친분이 있던 인텔과 퀄컴 등 CEO를 직접 섭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찾은 글로벌 인사들과의 미팅도 줄이어 진행됐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회동과 피터 베닝크 ASML CEO, 올리버 집세 BMW CEO 등과의 만남도 이어졌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승진 후 첫 공식 행보로 삼성전자 사업장이 아닌 28년간 협력사 디케이를 찾아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는 '미래 동행' 경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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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부산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이 회장은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세상에 없는 기술' 확보 주문에 따른 인재 영입도 활발하다.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경쟁사인 스웨덴 통신장비 회사 에릭슨 출신 임원 2명을 영입하고 네트워크사업부 산하에 신사업전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강신봉 전 요기요 CEO는 온라인 세일즈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인텔 등에서도 인재를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직원들과 스킨십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일 삼성화재 대전 연수원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고 격의 없는 소통의 자리를 가졌다. 지난달에는 설 연휴를 맞아 최근 출산한 여성 임직원 64명에게 삼성전자의 최신형 공기청정기를 선물했고, 다문화 가정을 이룬 외국인 직원 가족 180명에게도 에버랜드 연간 이용권과 기프트카드를 선물했다. 작년 말 UAE 출장에서는 오랜 기간 현지에 체류하며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임직원이 많은 사업장인 점을 고려해 현지 MZ세대 직원과 간담회를 하고 이들의 바람 등을 경청했다.

취임 후 이같이 동분서주하는 이 회장에게 삼성전자 주력인 반도체 사업 등 실적부진을 타개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경기 침체 여파이기는 하지만 작년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겨우 적자를 면했고, 올해 1분기 적자 전망도 나온다. 가전도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스마트폰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는 투자 전략과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시험대에 올라 있다. 삼성의 퀀텀 점프를 위해 필요한 대형 M&A는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멈춘 상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이 회장이 해결해야 할 몫이다. 이 회장 취임 배경에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경영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는 이사회 판단이 전제돼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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