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첨단기술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를 지원할 산업정책과 정책금융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정책금융을 신산업·신기술에 공급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장은 산업은행 의뢰로 진행한 혁신성장 정책금융에 대한 성과분석을 소개하며 정책금융 효율화를 제언했다.
정책금융은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분야에서 정부가 융자, 투자, 보증 등 금융적 방법을 통해 정책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다. 효율적 가격 형성이 어려워 과소투자가 일어날 우려가 있는 초기 단계 첨단산업,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크지만 사업 위험수준이 높아 민간 금융이 공급되기 어려운 대규모 인프라 사업, 연구개발 사업 등이 주요 대상이다.
구 부장은 “기술패권 및 첨단산업 경쟁시대에 정책금융은 불확실성이 높은 신산업에 대해 위험을 부담하고 민간 기업금융 역할을 촉진하는 것으로 역할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금융의 산업지원적 역할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벤처캐피털 시장에 맡겼던 역할을 공공 성격 금융으로 전환, 활용하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수출입은행과 미국개발공사를 통해 제조업 수출 지원과 해외 글로벌 공급망 확장을 위한 자금을 지원 중이다. 또, 산업금융공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산업금융공사는 위험성이 높아 은행이나 VC로 공급하기 어려운 부문에 저리로 인내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구 부장은 한국 정책금융도 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정책금융이 민간금융을 구축한다는 비판이 있었고, 정책금융이 효율화돼야 한다는 고민도 크다”며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할 경우 시장 영역으로 보낼 수 있지만 신성장 분야에서는 정책금융 역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구 부장은 특히 “민간과 협업을 통한 투자유치와 사업화 지원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책금융기관들이 투자유치 플랫폼 또는 벤처기업 박람회에 참여해야 한다”며 “대출, 보증, 투자 공급 중 투자에서 성과가 높을뿐만 아니라 신기술을 스케일 업 하기 위해서는 R&D 등에 투자성 자금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정보관리 시스템 필요성도 짚었다. 현재 8개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책금융을 체계화해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 부장은 “정부 역할은 자금 공급도 있지만 양질의 정보를 생산해 민간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혁신성장 인텔리전스시스템(IGS)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GS는 자금공급 현황과 성과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스템으로 정밀한 정책금융 성과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구 연구부장의 의견이다. 그는 “수집하는 자료에 특허 데이터베이스, 정부 재정, 경제 상황, 기술 등을 확대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각 기관의 자금지원 내역과 지원 근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