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스레드 리더십' 신설
e커머스 기술 고도화 전담
PPT→내러티브 메모 전환
아마존식 일하는 방식 흡수
11번가가 업무 프로세스를 아마존처럼 바꾼다. 형식적 업무 보고를 탈피, 아마존식 '내러티브 메모'를 도입하고 사업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빅테크 기업 아마존의 조직 체계와 일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해 업무 혁신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11번가는 최근 진행한 조직개편에서 '싱글스레드 리더십(ST)' 조직을 신설했다. 아마존의 일하는 방식으로 알려진 '싱글스레드 리더십'은 한 사람에게 겸임 없이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하도록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전담팀을 운영하는 조직 체계다. 안정은 11번가 각자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아마존 방식 리더십을 강조하며 “중요한 전략 과제는 싱글스레드 리더십을 통한 목표 중심의 프로젝트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꾸린 조직은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 '상품·카탈로그개선ST'와 '다이나믹프라이싱ST'다. e커머스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고도화를 담당한다. 카탈로그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가격비교 검색 품질을 개선하고, 경쟁사와 매칭해 가격을 탄력적으로 책정한다. 11번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커머스 테크 체인' 구축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ST 리더십 조직 체계를 통해 성과 몰입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목표다.
사내 보고양식을 바꾼 것도 큰 변화다. 개발 조직을 중심으로 목차와 키워드 중심인 기존 PPT 형식을 지양하고 아마존의 글쓰기 방식인 여섯 페이지 분량의 '내러티브 메모'를 도입해 줄글로 이뤄진 문서 중심 커뮤니케이션을 독려한다.
도표와 이미지, 지나친 요약과 정리 중심의 PPT 보고서 대신, 서술 중심의 내러티브 메모를 통해 실질적 내용에 집중하고 사고방식을 명료하게 하자는 취지다. 참여자는 해당 내러티브 메모만 봐도 모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어 회의와 보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아마존은 아이디어 단계 신사업의 경우 한 페이지 보도자료와 다섯 페이지의 FAQ를 토대로 시행 여부를 판단한다. 고객에게 어필할 요소를 먼저 확보하고 서비스를 역설계하는 '순서파괴' 방식이다.
하형일 11번가 각자대표는 신년사에서 “핵심은 고객 경험을 끌어 올리는 것”이라며 고객중심 혁신을 강조했다. 이는 '고객 집착'을 강조하는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과도 일맥상통한다.
11번가는 올해부터 아마존 업무 프로세스를 내재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론칭을 위한 협업 과정에서 아마존식 내러티브 소통이 가진 효율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11번가는 2020년부터 아마존과 비즈니스·개발·전략 회의를 하루에 수차례 모두 비대면으로 소화하며 글로벌 스토어의 성공적 론칭과 안정화를 이뤄냈다. 400회가 넘는 비대면 미팅을 진행하며 국내서 유일하게 아마존과 견고한 파트너십을 지속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비즈니스와 마케팅·PR, 상품·기술개발·CS 등 각 영역에서 모든 협업 논의를 전부 비대면으로만 소화해야 하다 보니 내러티브 형식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였다”면서 “아마존의 아이디어 도출 방법, 사고방식과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며 아마존식 일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