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이태원 참사와 정치 쇼

정치권에서는 '쇼'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쇼란 '보이거나 보도록 늘어놓는 일. 또는 그런 구경거리'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쇼라는 단어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다. 다만 단어의 한 구석에는 행위만큼이나 이른바 '보이는 그림'이 중요하다는 뜻도 함께 있다.

보여지는 그림이 중요하다는 건 정치인 대부분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한 전직 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에서 앉은 채로 선배 정치인과 악수했다가 이상한 모습이 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선배 정치인이 불쑥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고, 그는 선배 정치인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얼떨결에 인사했다.

그러나 사진으로 찍힌 당시 상황은 맥락이 사라진 상태였다. 마치 선배 정치인을 우러러보는, 이른바 '너무나도 공손한' 그림이 됐다. 이후 그는 선후배 정치인이 올 때마다 어떤 상황이고 일어서서 악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도한 쇼는 당연히 역효과가 난다.

최근 야당의 한 국회의원이 이른바 '쇼'를 하다가 비판의 중심에 섰다. 참사 현장 구조활동을 펼쳤다고 홍보하던 그는 약 2개월여 만에 거센 비판의 화살을 받았다. 그가 한 여러 해명 역시 당일 행적 공개 이후 무력화됐다.

그가 거센 비판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진정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해당 의원실은 보좌직원 교체도 잦다. 보좌 직원들 사이에서는 “저 의원실에서 일하다가 잘려도 내 잘못이 아닌 의원 잘못이라고 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보좌직원을 자주 교체해야 하는 이유가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랫사람들에게 잘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일각에서는 그에게 진정성이 있었다고 해명하지만 항상 현장을 다니는 취재기자 입장에서는 아랫사람을 자주 교체하는 그 국회의원으로부터 진정성을 느끼기 쉽지 않다.

한 중진 국회의원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방법은 국민 마음으로 들어가는 일”이라면서 “국회의원 감투를 생각하고 거들먹거리면 민심이 떠난다. 봉사활동을 잘하고 못하고보다 국민을 위해 노력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보여 주고자 한 바로 그 참사 현장에서 정말 진정성이 있었는지는 논란의 중심에 선 그가 더 잘 알 것이다.

국회의원은 성장하는 자리가 아니라 실력을 증명하는 자리다. 이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평가'받는다. 하지만 사람은 기본적으로 평생을 배우고 살아간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인들이 자신의 '진정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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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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