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18>교육개혁, 다양성 인정하는 입시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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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이 화두다. 정부가 노동개혁에 이어 연금·교육개혁에 나선다는 보도가 연일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정부는 대학 정원 규제를 완화하고 교육부의 대학평가를 폐지하는 등 교육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주호 신임 교육부 장관도 교육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환영할 일이다. 교육개혁 신호탄에 대해 곳곳에서 환영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교육개혁은 반드시 필요하고, 해야 할 일이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꾸준히 추진해서 이뤄야 한다. 교육개혁에 대한 필자의 바람이 있다. 대학 입시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 입시 전형이 변경됐다. 변경될 당시에는 모두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취지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어떤 정책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대학입시 정책은 더욱 그러하다. 일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오류가 발생했다고 정책을 폐지하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집을 태우고 새로 지울 수는 없지 않은가. 오류가 있다면 그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도입한 취지도 살릴 수 있다.

대학 입시의 다양성을 말하고 싶다. 2000년대 중·후반에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재를 대학에서 선발하자는 취지로 수시 전형이 대폭 확대됐다.

이때부터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을 평가해서 입학을 결정하는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됐다. 수시 비중도 절반을 넘어섰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은 좋지 않더라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특정 영역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둔 학생도 대거 명문대학에 입학했다. 이들이 당시 과학·정보 분야 중심의 '○○영재전형'이라는 이름으로 합격한 학생들이다. 이들은 현재 병역특례요원으로 산업체 근무를 거쳐 연구원이나 개발자로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의 SW특기자 전형도 한 예다. 당시 많은 언론에서 'SW만 잘해도 명문대 간다'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이제는 특정 영역에서만 잘해서는 결코 명문대에 갈 수 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2019년 이후 다양한 입시 전형은 상당수 폐지됐다. 수시 비중도 큰 폭으로 줄었다. 남아 있는 수시 대부분이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내신 성적을 평가해서 선발한다. 국어, 영어, 수학, 학 등 학업 성적인 내신과 대입 시험 성적인 수능 결과만으로 서열을 매겨서 대학에 간다.

이로 말미암아 학생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심지어 공교육 내에서만 배운 것으로는 학생 평가가 어려운 수준이 됐다. 학생들은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려야 하고, 그 결과 가정당 사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학교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 왜 굳이 그 많은 돈을 들여서 사교육을 받게 하겠는가.

물론 학생의 잠재력과 다양한 소질을 인정해서 선발하는 입시 제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드러났듯이 일부 '아빠찬스' '엄마찬스'를 통해 학생 본인이 아니라 부모의 힘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한 사례가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진학하려 하거나 일부 영역에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기도 한다.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원인을 찾아서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대책을 마련, 적용해야 한다. 학생 본인이 실제 수행한 건지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이 동원된 것은 아닌지를 철저하게 따져 봐야 한다. 다른 전형과 달리 여러 차례 심층 면접을 통해 학생의 자질과 잠재력을 파악해서 기준에 이르지 못한 학생은 걸러내야 한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학생이 정말 해당 분야의 인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지원하는 학생도 본인이 해당 분야 인재라고 생각한다면 복잡하더라도 해당 절차를 따를 것이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처럼 대학입시가 중요한 상황에서는 어렵더라도, 복잡하더라도 이러한 노력은 해야 한다. 입시 교과목 공부만 좀 못할 뿐이지 특정 영역에서 능력이 탁월한 학생이 있다. 이런 학생이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미래 사회, 지금과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사회가 다가온다. 과거처럼 입시 성적만 좋다고 해서 미래 사회를 잘 이끌 수는 없다. 이번 정부의 교육개혁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입시제도를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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