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로켓배송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판매 대금의 정산 주기를 기존 50일에서 60일로 열흘 늘린다. 정산 주기가 늘어나면 쿠팡 입장에선 현금흐름 개선과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납품업체는 유동성이 취약해져서 사업 자금 회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쿠팡은 납품업체 상품공급계약을 개정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개정된 상품공급계약서 제3조2항에 따르면 구매자는 상품을 수락한 후 60일 이내에 다툼이 없는 모든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기존에는 50일 이내 지급을 원칙으로 했다. 내년부터 쿠팡에 상품을 공급하려는 판매자라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비동의 시 계약은 취소된다.
쿠팡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개정된 대규모유통업법을 반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직매입 거래 시 대금을 6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고시했다. 기존에는 특약 매입 거래와 다르게 직매입의 경우 대금 지급 기한이 없었다. 쿠팡은 법정 가이드라인 최대치에 맞춰 대금 지급 기한을 기존보다 열흘 더 늘린 것이다.
쿠팡 측은 어려운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 2023년 1월부터 최소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후 해당 개정 조항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이번 공급계약 변경에 대해 로켓배송 납품업체 반발이 거세다. 자본금이 적은 중소 판매자는 판매대금 대부분을 제품 제작과 사입에 투자하기 때문에 자금회전율이 빠를수록 좋다. 제때 대금을 정산받아야 물건을 꾸준히 들여와 판매할 수 있다.
쿠팡 납품업체 관계자는 “정산이 지연되면 원재료 매입이나 인건비 등 사전지출 부담이 커지고 이를 충당하기 위한 고금리 대출까지 받을 경우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납품업체 관계자도 “대금 정산에 두 달이 걸리면 다음 상품 판매시기를 놓칠 수 있고 결국 재고부담을 떠안게 된다”면서 “세금계산서를 주말에 받으면 2~3일 후에나 확인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는 정산일이 60일보다 더 늘어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