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량과 일치하도록 조치
다른 프로젝트엔 잣대 없어
투자자에게 적절한 공시 업고
소명 자료에서도 오류 발견
국내 디지털자산거래소 연합체 닥사(DAXA)가 가상자산 '위믹스(WEMIX)'를 퇴출시키기로 결정을 내리자, 위믹스 발행사 위메이드가 크게 반발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퇴출 결정으로 위믹스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가 급락하면서 위믹스 코인 홀더, 위메이드 주주는 큰 투자 손실을 봤다. 프로젝트를 부실하게 운영한 위메이드와 소명 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없이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닥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도 나온다.
위메이드는 지난 28일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대상은 업비트와 빗썸 등 2개 디지털자산거래소로, 이번 결정에 참여한 코인원과 코빗에 대해서도 신청을 준비 중이다. 닥사가 자발적으로 결정을 회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점쳐지는 가운데 위메이드가 제출한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위메이드는 근본 원인이 되는 유통량 문제를 해소했고 소명에 적극 임한 만큼 앞서 법원이 기각한 다른 코인들의 사례에 비해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갈등의 발단 '코인 유통량' 부실 공시
이번 '위믹스 사태' 시발점은 위메이드가 사전에 업비트에 제출한 코인 유통량 계획과 실제 유통된 위믹스 코인 규모가 달랐다는 점이다.
위메이드가 지난 7월 업비트 등 거래소에 제출한 유통량 공시 내역에 따르면 2022년 9월 말 2억3600만개, 10월 말 2억4600만개, 12월 말까지 2억6500만개 위믹스가 유통될 것으로 명시했다.
지난 10월 26일 위메이드가 공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발행된 유통량은 2억7900만개로 나타난다. 또 다른 정보 제공 주체인 코인마켓캡에서 공개된 위믹스 유통량은 약 3억1800만개에 달했다. 약 7200만개가 유통 계획보다 더 풀린 것이다.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위메이드가 △코코아파이낸스에 예치한 3580만개 △메인넷 서비스를 위한 2500만개 △위믹스 생태계 투자분 1166만개를 거래소에 제출한 유통량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인지한 닥사는 10월 26일 위믹스를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시중에 더 풀린 7200만개를 유통량으로 볼 것인지 해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특히 코코아파이낸스에 예치한 3580만개는 위믹스가 이를 담보로 코코아파이낸스토큰(KDS)을 대출했다는 부분이 쟁점이 됐다. 만약 위메이드가 KSD를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거나 담보로 맡긴 위믹스가 청산될 경우 이 물량은 시장에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유통량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를 점했다.
닥사 관계자는 “위믹스의 경우 닥사에서 논의 후 유통량에 관한 사항을 판단했다”며 “담보 물량은 유통량에 포함한 게 맞다고 봤고, 코코아파이낸스 건을 유통량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 측은 문제가 된 코코아파이낸스 담보 건을 모두 회수, 유통량을 계획량과 일치하도록 후속 조치를 취했는 데도 닥사가 상폐 결정을 내린 것은 '거래소의 갑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다만 닥사는 위메이드가 제출한 소명 자료에서 조차 오류가 발견됐으며 신뢰 훼손에 대한 부분을 간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추후 문제가 된 원인은 바로잡았다고 해도, 유통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이를 투자자들에게 적절하게 공시하지 않은 행위에 고의성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상장폐지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속 언급한 것이 이번 사태를 유발한 또 다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업비트 주요 경영진이 위믹스 상장폐지에 대한 언론 보도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며 '사필귀정'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한다.
장현국 대표는 닥사의 상장폐지 결정 이전에 앞서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닥사와 소통하며 원하는 자료와 질문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고 있다”며 “거래소와 닥사의 제1책무는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 상장폐지는 상상하기 어렵고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며 자신했다. 이른바 '대마불사'론이다.
닥사는 장 대표의 이와 같은 발언이 투자자 혼란을 부추겼다고 보고, 상장폐지를 결정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유통량 계획 없는 다른 코인들은? 형평성 지적하는 위메이드
위메이드는 다른 코인 프로젝트에는 닥사가 위믹스와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통량 계획을 애초에 제출하지 않아 계획을 지킬 필요가 없는 프로젝트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유통량 계획표는 프로젝트팀이 보유하는 디지털 자산을 시장에 언제 얼마씩 유동화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자료다. 업비트는 이용자에게 더 많은 투자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프로젝트팀으로부터 유통량 계획표를 받아 공개하고 있다. 프로젝트팀이 미리 투자자들이 판단할 만한 기간을 두고 적정한 유통량 수정 계획을 제출한다면 업비트는 이를 반영한다.
위메이드 주장처럼 업비트 상장 코인 중에서도 유통 계획량이 명시되지 않은 사례들이 있다. 이들 상당수는 비트코인처럼 발행주체가 불분명하거나 탈중앙화 프로젝트 혹은 해외에 기반을 둔 코인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업비트는 2021년 6월 피카프로젝트 유통량 사건 이후로 거래지원 기준 절차와 요건을 강화, 보완하고 있다”며 “유통량 계획을 중요한 요소로 받고 있으며 강화되기 전에 거래지원한 경우 유통량 계획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곳도 있으나 투자자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거래소는 프로젝트팀에 지속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울러 유통량 계획이 수취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커뮤니티 모니터링, 온체인 모니터링 등을 통해서 유통량 모니터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표. 위믹스 사태 주요 쟁점(출처=각사)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