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K-게임'의 중국 재진출 행보에 속도가 붙었다. 기존 중화권 시장에서 인기를 끈 지식재산권(IP)은 물론 국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낸 주요 신작이 중국 상륙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고 게임으로 선정된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최우수상 수상작인 모티프의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중국을 겨냥해 현지화 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는 문화교류 관련 한·중 해빙 분위기와 더불어 중국정부의 고강도 게임 규제 정책이 완화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규제의 배경이 된 미성년자 중독 억제책이 효과를 본 데다 관영 매체 등을 통해 게임의 산업적 중요도 또한 재평가되는 추세다.
올해 들어 판호 발급 주기가 짧아진 점도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가장 최근에는 넷마블 스톤에이지 IP를 활용한 게임과 님블뉴런 '이터널 리턴'의 모바일 버전이 중국 현지 개발사를 통해 내자 판호를 받았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한한령이 본격화되기 전 이미 중국에서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받아 비교적 자유로운 처지다. 이후 중국 당국의 게임 산업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출시 일정이 연거푸 연기됐지만 최근 정책 변화 기류가 감지됨에 따라 다시금 중국 진출을 타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원작 PC 던전앤파이터는 현재 중국에서만 매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독자적 게임성과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갖춘 모바일 버전을 기다리는 수요도 상당하다. 비록 출시는 좌초됐으나 2020년 예약 당시만 해도 109일 만에 3000만명을 돌파했다.
라인게임즈가 서비스하고 있는 대항해시대 오리진 역시 게임 내 주요 항해사 캐릭터로 중국의 유명한 역사적 인물인 정화, 척계광, 정성공 등을 선보였다. 지난해 라인게임즈에 500억원을 투자한 텐센트가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현지화 작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이드는 3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장현국 대표가 직접 미르 시리즈 신작의 중국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 대표는 “(중국에서) 큰 정치적 이벤트가 끝났으니 사업적 전개가 이전과 다르게 활기를 띨 것”이라면서 “조만간 중국 진출 관련 내용이 정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음악디지털협회 게임실무위원회와 중국게임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중국게임산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게임 시장은 2965억위안(약 56조원) 규모다. 이용자 수는 6억6624만명에 이른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