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돈이 시중에 돌지 않는 상태)로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여신전문금융회사(이하 여전사)들의 자동차 금융이 직격탄을 맞았다. 주요 여전사 자동차할부 금리가 올해 초 대비 2배 상승하고 자동차 리스는 최대 30% 급등하면서 계약 취소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채권시장 경색 여파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돼 여전사 실적 악화 우려가 커졌다.
23일 전자신문이 여전사 가운데 자동차할부 비중이 큰 현대·KB캐피탈과 신한·삼성카드의 올해 자동차할부 금리를 집계한 결과 올해 1월 대비 금리가 2배 이상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회사는 3배 넘게 급증한 곳도 있었다.
이는 채권시장 돈맥경화가 반영됐다. 여전사 특성상 채권으로 돈을 조달하는데 채권시장 금리가 크게 증가하면서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 여전사 여전채 금리는(AA0, 3년물) 이날 기준 6.056%로, 올해 1월 말(2.787%) 이후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 여파가 실제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현대캐피탈의 경우 그랜저 차량의 자동차할부 금리(선납 30%, 36개월 기준)가 올해 1월 2.7% 수준이었지만 11월 현재 5.9%로 2배 이상 올랐다.
자동차 할부 금리는 차량을 계약한 시점이 아닌 출고시점 기준으로 금리가 반영된다. 올해 1월 해당 조건으로 차량을 계약했어도 11월에 차량을 인도받았다면 5.9%가 적용되는 구조다. 최근 차량 반도체 여파로 인기차종의 경우 약 1년 정도 출고시점이 지연되는 것을 반영하면 대부분 계약자 비용이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올해 1월 조건으로 차량을 계약했을 때 계약자는 월납입금이 68만6095원이지만 인도한 시점 금리가 적용된다면 71만9926원으로 뛰어 한해 40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KB캐피탈의 자동차할부 금리도 껑충 뛰었다. KB캐피탈은 주력 차종인 한국GM의 더 뉴 말리부 2.0 터보 LT 스페셜 차량의 경우 올해 1월 1.0% 금리(선납 30%, 36개월)를 적용하면 월납입금은 56만4161원이었지만 현재는 2.8%로 57만9863원이다.
카드사도 다르지 않았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로 그랜저 차량을 구매(선납 30%, 36개월)할 때 1월에는 2.4%(월납입금 77만8070원), 2.2%(월납입금 73만9480원)였지만 현재는 각각 5.3%(81만2850원) 및 7.4%(79만9461원)로 훌쩍 뛰었다.
이렇다 보니 영업도 애를 먹고 있다. 올해 1월 계약한 고객이 금리가 대폭 오르면서 출고시점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여전사 관계자는 “금리가 2배 이상 늘면서 출고시점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높아진 금리도 영업에 애를 먹고 있어 당장 먹고살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자동차할부 이외에도 자동차리스까지 최근 이 여파가 확대되고 있다. 일부 회사는 최대 30% 월납입금 부담이 증가한 곳도 있었다. 현대캐피탈 자동차리스의 경우(그랜저, 선납 30%, 2만㎞ 기준) 36개월로 했을 때 월납입금은 33만8500원이었지만 11월 현재는 월납입금이 43만2300원까지 10만원 가까이 올랐다. KB캐피탈의 쌍용 올 뉴 렉스턴(7인승)(선납 30%, 2만㎞ 기준)은 11월 97만9200원으로 1월(월납입금 91만6240원)보다 5만원 넘게 올랐다.
자료:금융투자협회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