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업자에 자릿세 대가로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2조2490억원이다. 홈쇼핑이 방송 판매로 거둔 판매수수료 수익의 60%에 달한다. 중소기업 주요 판로이자 방송 재원을 충당하는 홈쇼핑 위기는 유료방송시장과 유통 산업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홈쇼핑 업계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송출료 산정 기준 마련을 위한 정부의 적극 개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기울어진 송출료 협상 테이블
홈쇼핑 측은 지금의 송출수수료 규모와 인상률 산정 기준이 객관적이지 않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지금의 송출료 산정은 전년도 송출료 금액에 평균 물가상승률과 유료방송사 가입자 증감률, 조정계수를 곱한다. 이같은 산정식은 과거 CJ헬로비전·티브로드 합병 당시 제출한 사업 계획안에 포함된 것이지 과기정통부가 직접적으로 승인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현재 산정 기준은 채널번호 가치 평가 주요 지표인 홈쇼핑 매출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는 홈쇼핑 매출액 반영을 명시한 과기정통부 가이드라인 제10조 3항에 어긋난다. 가입자수 산정에도 홈쇼핑 매출 발생과 연관성이 낮은 공동 수신설비 유지·보수 계약 가입자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전용, 가정복수가입자도 포함시키고 있다. 반면에 IPTV가 지상파 재송신료(CPS) 지급시에는 가입자 유형별로 별도 단가를 적용해 산정한다. 최종값을 높이는 조정계수(100~120%)도 세부 평가항목 기준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IPTV가 비공식적인 특정 사업자간 계약 내용을 근거로 유리한 인상률을 요구하는 관행도 문제다. 점유율 1위인 KT와 협상 결과가 다른 IPTV의 협상 기준이 된다. SK브로드밴드(SKB), LGU+는 KT와 협상을 완료한 홈쇼핑에 특정 계약조건을 요구한다. SKB는 KT보다 인상률을 높게, LGU+는 SKB보다 가입자단가(ARPU)를 높게 한 조건을 제안한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
송출료 급증은 IPTV에 지급하는 금액과 인상률에 기인한다. IPTV 가입자수는 전체 유료방송 시장서 55%에 이른다. 반면에 케이블TV 가입자수는 정체·감소세다. IPTV는 가입자 증가를 이유로 매년 송출료를 올리고 있지만 케이블TV에 지급하는 금액은 줄지 않는 점도 홈쇼핑사가 송출료 협상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송출료 부담, 소비자 후생 저하로 직결
송출수수료 인상에 따른 홈쇼핑 사업자의 비용 부담은 중소기업 판로 경쟁력 약화와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진다. 홈쇼핑 재승인조건 중 '송출수수료를 납품업체에 전가할 수 없다'는 조항으로 인해 송출료가 치솟아도 무턱대고 판매수수료를 높일 수 없다. 실제 홈쇼핑 판매수수료율은 3년 연속 감소 추세다. TV홈쇼핑 7개사의 지난해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28.7%로 전년 대비 0.4%포인트(P) 줄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송출료 부담은 두 자릿수 뛰었다.
이로 인해 실적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홈쇼핑 전체 영업이익은 18% 급감했다. 올 3분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22.5% 줄었다. 결국 소비자 대상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영업 비용 증가를 상쇄할 수밖에 없다. 할인 혜택 및 프로모션 축소는 최종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최근 자취를 감춘 '텐텐(10% 할인+적립)' 프로모션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에도 부담이다. 홈쇼핑사가 송출료로 인한 영업비용 증가를 감내하지 못하게 된다면 판매수수료율 인상이 아니더라도 상품가격 인상이나 납품단가 인하 등 협력업체 부담으로 귀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개입해 공정한 산정 기준 마련해야
홈쇼핑은 IPTV사업자와 공정한 협상을 위해 소관부처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한다. 산업의 존속을 위해서는 더 이상 사적자치 원칙과 시장의 기능에만 맡겨둬서는 안된다는 호소다. 홈쇼핑과 IPTV 모두 정부의 승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인 만큼 일정 부분 공공성을 띤다는 것이다.
다만 양측 모두 민간 사업자인 만큼 송출료에 대한 제반 사항을 법률·법령으로 규율하는 것보다는 과기정통부가 허가·승인사업자를 규율하는 제도를 활용해 사업자에게 적절한 책임을 부여하고 주무부처로서 조정·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결국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산정 기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송출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입자 수와 홈쇼핑 매출 증감률을 고르게 반영하고 자의적으로 적용되는 조정계수도 폐기해야 한다. 변동값인 조정계수(100~120%) 구간 범위에 따라 최종 금액이 크게 달라진다. 협상 주도권이 IPTV사로 치우친 시장 상황에서 홈쇼핑 입장에선 송출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명시해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
IPTV가 방송사업 결손을 홈쇼핑 송출료로 충당하려는 경향도 문제다. IPTV 방송사업매출에서 송출료 비중은 2017년 16.7%에서 지난해 28.6%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IPTV 3개사의 재송신료·프로그램이용료 등 콘텐츠사용료의 연평균증가율(CAGR)은 7.1%에 그쳤으나 송출료 CAGR은 28.3%에 달한다. 유료방송사업자 재허가 과정에서 방송매출의 항목별 비중을 관리해 수신료 등 본업 매출 증대를 통해 송출료 의존 경향을 낮추도록 유도해야 한다.
조순용 한국TV홈쇼핑협회장은 “송출료 갈등은 대가 산정 원칙·기준에 대한 유료방송사업자의 이중잣대가 원인”이라며 “정부가 공정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는 심판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IPTV가 홈쇼핑 송출료에 대해서는 사적자치에 따른 '계약자유'를 주장하면서 정작 CJENM과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 때는 방송의 공공성을 앞세운다는 지적이다.
조 협회장은 “정부는 허가·승인 방식으로 사업자의 시장 진출입을 제한하고 있고, 상위 3개 유료방송사업자의 시장 과점 구조 속에 계약자유원칙의 핵심인 상대방 선택의 자유가 무의미하다”면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정부가 일관성·형평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정한 대가 산정 원칙·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