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환율·저성장… 적색등 켜진 한국경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물가는 여전히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상회하는 가운데 세계적인 통화 긴축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동력이 약화되고 주력 업종들의 경기가 둔화해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세계 경제는 본격적인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가 주요 투자은행(I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분석을 종합한 결과 주요 8개 IB가 전망한 성장률 평균은 올해 3.1%에서 내년에는 2.3%로 하락할 전망이다. IMF에 따르면 이는 2009년과 2020년에 이은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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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둔화세를 반영해 국책연구기관과 민간 경제연구소, 증권사 등은 한국의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 성장률을 1.8%로 내다봤다. KDI가 1%대 성장률 전망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이는 지난 5월 발표한 전망 대비 0.5%포인트(P) 하향 조정한 수치다. KDI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 중심으로 한 수출 경쟁력이 흔들리고 높은 소비자물가와 시장금리가 내수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1.9%를 제시했으며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한국금융연구원(1.7%), 대신증권(1.6%) 등도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전망치를 내놨다. 내년 성장률을 2.1%로 봤던 한국은행도 11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도 조정이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예측했으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6개월 연속 경기 둔화를 우려한다는 표현을 썼다.

한국의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됐다. 강민주 ING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 기조가 명확하게 보이고 있고 그로 인해 한국의 2023년 성장도 좋지 않다”며 “ING은행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0.6%까지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분기별로는 올해 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1%를 기록하고 내년 1분기에는 -0.2%로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

내년에도 물가는 여전히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내년 물가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이며 연간 3.2%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은행의 물가관리목표인 2%를 상회하며, 올해 물가가 연간 약 5% 오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물가 부담이 큰 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유 공급 감소 전망을 내놓자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등 유가 불확실성이 큰 점도 부담이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원자재를 위시한 자원 무기화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경제 전반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라며 “저물가, 저이자율 시대가 다시 오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은 내년에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커, 경제의 변수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1440원을 넘어서며 고공행진해 왔다. 그러다 지난주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 기대가 커지면서 한 주 동안 100원가량 급락했다. 그러나 연준 인사들의 연이은 매파 발언이 이어지면서 원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 달러화는 올해 초강세를 견인한 요인들이 점차 약화되면서 완만한 약세가 예상된다”며 “약세 폭은 미국의 상대적 금리차 및 세계 경제 성장 경로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 측면에서의 수급은 개선됐으나 실물 경기를 반영한 무역수지, 경상수지를 고려하면 완연한 달러 공급 기조가 회복되지는 않았다”며 “연말연초 에너지 수입 증대, 높은 에너지 수입 물가 레벨, 무역수지 추가 악화 가능성은 원화 약세 요인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3년 원달러 환율은 상고하저의 궤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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