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스타트업의 뿌리는 군대입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우리는 상업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사이버 보안, 디지털 헬스, 가상현실(VR) 관련 스타트업 대부분이 가장 많은 투자를 받고 있습니다.” 현대카드가 이스라엘에서 개최한 '테크캠프' 기간에 아사프 호레시 빈티지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제너럴 파트너가 한 말이다. 빈티지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는 2002년에 설립된 이스라엘 최대 규모 벤처캐피털(VC) 가운데 하나다.
이스라엘은 성지순례의 나라, 유대인의 나라 또는 분쟁이 잦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스타트업이 많은 국가라는 사실은 생소하다. 국토나 인구도 우리나라에 미치지 못한다. 국토는 경남 크기, 인구는 900만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75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있다. 올해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만 117개에 이르며,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스타트업 강국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통상적으로 스타트업은 정부 아니면 산업계나 학계 등이 협력해서 구축·지탱한다. 우리의 경우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를 만든 사례나 기업·금융지주 차원에서 핀테크 랩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다만 이스라엘은 독특하게도 이를 군대가 지탱한다. 이스라엘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후 남자는 약 3년, 여자는 2년을 복무하는데 이때 국방력 이외에도 과학기술 강화에 활용된다.
대표 사례가 탈피오트와 8200부대다. 탈피오트는 일종의 사관학교로, 성적이 우수한 이공계 고교 졸업자를 50~60명 뽑아 히브리대에서 40개월 동안 장학금을 지급하며 군인훈련과 대학 교육을 함께한다. 이후에는 중위로 임관해서 6년 동안 연구 요원으로 복무한다. 이때 창업 교육을 받고, 전역 후에는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 탈피오트와 쌍벽을 이루는 게 8200부대다. 8200부대는 엘리트 정보화 부대로, 정보 수집과 보안 관련 기술을 군복무 기간에 배운다. 이스라엘 현지 보안 관련 스타트업은 대부분 이 부대 출신이다. 이렇다 보니 이스라엘 현지에서 만난 C레벨 이상 임원들은 대부분 이 같은 군 경력을 강조한다.
반면에 우리는 어떨까. 여전히 군대가 시간을 버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면서 '가지 않을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라는 농담이 끊이지 않는다. 군대를 다녀온 청년 대부분도 가장 아까운 시간으로 '군대'를 꼽는다. 이스라엘처럼 군대가 자신의 삶, 미래에 도움을 주는 존재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전쟁은 그쳤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군도 역시 피할 수 없는 숙제다. 군대가 시간을 버리는 곳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디딤돌로 적용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방법을 우리 역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