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이 오는 11월 29일부터 실명계좌 파트너 은행을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로 교체한다. 가상자산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이번 파트너십은 양사 모두에게 적지않은 시너지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앞서 단기간에 업비트를 시장 1위로 끌어올린 배경에 케이뱅크와 협업 효과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간편한 비대면 계좌개설로 인한 빠른 유입 증가,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2030 세대가 주로 인터넷은행 활용 비중이 높다는 장점을 코인원 역시 도약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 사태 등으로 가상자산 업계 전반은 침체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들의 무너진 신뢰 회복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활동을 통해 업계 자율규제안 마련에 선제 대응하고, 거래소 전반의 이용자보호 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술인재 확보를 게을리 하지 않고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리면서, 다양한 핀테크 신사업에 대한 구상을 준비하고 있다.

Photo Image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계약이 성사되면서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양사 시너지 효과와 앞으로의 계획은.

▲카카오뱅크의 2000만 고객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49%가 2030세대다. 2030세대는 현재 가상자산의 핵심 투자층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코인원은 MZ세대 신규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이번 제휴를 통해 고객 편의성을 증대하고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도입확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가 제도권 진입 및 안정화, 기술 개발력 강화 등 신사업 기반을 다지기 위한 코인원 1.0 시기였다면, 이번 카카오뱅크와 제휴는 한층 진화한 코인원 2.0 시대의 문을 여는 시작점이 될 것 같다.

다만 현재는 고객들이 기존 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계좌를 전환하는 데 있어 불편함 없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안정화된 후에 좀 더 구체적인 비즈니스를 논하려고 한다.

-카카오뱅크를 파트너로 최종 선택한 이유와 카카오뱅크외에 다른 은행, 금융사와도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이 있는가.

▲카카오뱅크는 가상자산 사업의 성장성과 미래가치를 보고 올 초부터 업계와 스터디를 진행해왔다. 그만큼 가상자산 사업에 적극적이었고 고객에게 가상자산 상품과 서비스 경험을 제공한다는 카카오뱅크 니즈와 종합 가상자산 플랫폼을 지향하는 코인원 비전이 맞아 떨어지면서 이번 제휴로 이어지게 됐다. 코인원의 강점인 강력한 보안성에 카카오뱅크의 고객 편의성, 접근성을 더해 업계 가장 혁신적인 가상자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 6월부터는 삼성페이를 통해 코인원 자산 조회가 가능하도록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서비스를 확장하든지 혹은 더 좋은 파트너십 기회가 있다면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FTX 등 글로벌 거래소의 잇따른 악재로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CEO로서 앞으로의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작년이 가상자산 제도권 진입이라는 상징적인 한해였다면, 올해는 '투자자 보호'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제도권 사업으로서의 신뢰와 내실을 쌓아가는 해로 시작했다.

5월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최근 FTX 거래소 파산 이슈가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 하락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국내 경우 특금법 시행을 기점으로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강화해왔고 이슈에 발빠르게 대응해 온 것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공동협의체 'DAXA'를 중심으로 업계 내 자발적인 투자자보호 활동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정부와 당국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의 무한한 가능성이 충분히 입증된 만큼, 이를 육성하는 업권법 등이 제정된다면 투자자 신뢰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업비트, 빗썸 등 코인원보다 점유율면에서 앞선 거래소들도 존재한다. 국내 거래소 대비 코인원의 강점은 무엇인가.

▲그간 가상자산 업계를 돌아봤을 때 거래소 점유율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5대 거래소가 DAXA활동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산업 안정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이 급변하는 건 힘들수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 투자자들은 좀 더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거래문화, 그러면서 가상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투자 서비스가 있는 거래소를 최우선으로 선택할 거란 예측이다.

코인원의 강점은 '설립 이후 보안 무사고'라는 타이틀이며, 여기에 업계에서 가장 먼저 트렌디한 서비스를 소개해왔다는 점이다. 이더리움 최초 상장이라든지 스테이킹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번에 제휴한 카카오뱅크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더한다면 한층 진화된 가상자산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Photo Image

-어떻게 암호화폐거래소를 설립할 생각을 했는가.

▲화이트해커 시절, 비트코인 백서에 매료돼 블록체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고 마운트곡스 사태를 목도하며 보안이 강력한 가상자산 거래소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코인원을 설립한지 올해로 8주년을 맞았다. 가상자산 불모지로 불리던 우리나라에서 가상자산 산업이 제도권에 진입하고 업권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 감회가 남다르다. 8년이라는 시간동안 변방에서 시작해 가상자산이 새로운 산업영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업계 최전선에 함께 한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낀다. 앞으로도 코인원 창업 당시부터 목표로 삼고있는 '블록체인 기반 종합 금융 플랫폼'이 되기 위한 코인원의 여정은 계속될 예정이다.

-IT보안, 디지털 경쟁력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나름 코인원은 R&D투자 등에서도 상당히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데, IT 인력 양성을 포함한 디지털혁신 전략이 있는가.

▲코인원은 올 초 포스텍과 크립토·블록체인 기술 공동 연구개발(R&D)을 위한 산학협력을 체결했다. 5년간 총 50억원을 지원하는 이번 산학협력은 업계에서 학계 크립토커런시 연구를 장기 지원하는 국내 첫 사례에 해당한다.

그동안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국가적 지원이 부족했던 크립토커런시 연구개발을 정식 가상자산 사업자 코인원이 지원하고, 직접 참여까지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또 코인원은 올해 두 차례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는 등 개발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채용 중이다. 미래금융혁신 선도형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의 공동연구 개발부터 인턴십 및 장학 제도를 통한 우수 인재양성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크립토·블록체인 생태계 발전과 육성에 기여해 나가겠다.

-가상자산 특별법 등 제도적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크다.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현재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투자자보호를 기치로 DAXA를 발족하고 공동 자율규제안을 수립 및 시행 중이다.

또한 공동활동 외에도 각 거래소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체 활동도 추진하고 있는데 코인원은 이용자보호센터를 중심으로 이상거래탐지 시스템 등 거래소 내부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가상자산 명세서, 거래창 투자정보 탭 등 투자자 정보 접근성 강화 노력도 하고 있다.

업권법은 충분히 유연하게 설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규제안 마련과 함께 산업의 성장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점을 위한 진흥 방안도 충분히 고려돼 포함됐으면 한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산업에서 잘못된 규제가 이뤄지면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술을 명시한다거나 하면 향후 더 좋은 기술이 나올 때 대응을 못 하게 된다. 그래서 항상 협회를 통한 자율규제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네거티브 규제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느끼는데 '할 수 있는 것'만 명시하다 보니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시도할 수 없는 사업이 굉장히 많다. 여러가지 핀테크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데 진행이 어렵다.

예컨대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전자금융업 등록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사업 확장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업권법에 명시된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가능성 자체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받는다.

가상자산을 주식과 다르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식 시장의 경우 '서킷브레이커' 등 과열 방지를 위한 장치가 있지만 지금 거래 시장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 기술적 특성이나 업의 특성을 볼 때 코인은 현물에 가깝다고 본다.

코인을 자꾸 주식에 대응하다 보니 '왜 증권사와 코인거래소가 분리가 돼 있느냐' '공시를 왜 철저히 하지 않느냐' 이런 반응들이 나온다. 비트코인만 보더라도 공시를 할 주체 자체가 없는데, 이런 부분들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져야 한다.

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소득세법 과세 유예 법안이 연내에 통과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 시점에서 과세체계를 위한 기술적, 현실적인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되면 투자자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코인 거래지원 외에 코인원이 고려하고 있는 신사업 계획이 있다면.

▲코인원의 비전은 다른 거래소들과 조금 다르다. '블록체인을 통해 새로운 경제를 만들자, 블록체인 기반의 종합금융사를 만들자'가 우리의 비전이다. 코인원 초기 사업 계획서만 보더라도 결제나 송금에 대한 영역이 포함돼 있다. 법정통화와 접점을 두고 그 위에 다양한 유즈케이스를 만들고 싶은게 개인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거래만 활성화한다면 투기적인 방향으로 갈 공산이 크다.

핀테크 방향으로 항상 고민하고 있다. 코인원은 다양한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코인들을 원래 발행 목적에 맞도록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갑 성격의 기능을 강화하고 싶다. 또 코인원은 원화도 큰 규모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원화 지갑으로서의 기능도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규제의 딜레마다. 예컨데 예전에 코인원이 송금 자회사를 만들려고 했을 때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제를 받았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리스크를 다 떠안겠다고 해도 안됐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유즈케이스가 있어야 하는데, 유즈케이스를 만들려고 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유즈케이스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이런 악순환이 좀 끊어졌으면 한다.

­코인원의 기업공개(IPO) 혹은 투자유치 등 엑시트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당장 상장 계획은 아직 없다. 상장을 하는 이유는 보통 재무적투자자(FI)가 엑시트를 필요로 하거나 자금 조달을 하기 위해서인데, 코인원은 양쪽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전략적투자(SI)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있다. 향후 코인원이 성장하는 데 있어 도움을 주실 분들을 대상으로 국내와 해외 투자자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려하고 있다. 다만 최근 장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내년 초부터 개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Photo Image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최대 주주인 차명훈 대표는 포항공대 해킹 동아리 출신의 기업가다. 2009년 데프콘 CTF 세계 해킹대회에서 3위를 기록하며 화이트해커로 명성을 날린 보안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가 해킹을 당해 파산하는 사태를 목도하고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보안 기술력'이라고 보고 코인원 운영 이념으로 삼고 있다.

2018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명' 명단에 오른 영 리더다. 2021년 8월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 빗썸, 코빗이 공동 출범한 트래블룰 합작법인 '코드(CODE)'의 초대 대표 이사로 취임했다.

대담=길재식 디지털금융부 부장




정리=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사진=김동욱 사진영상부장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