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것은 위해성 저감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담배는 담배를 태우며 담배 연기를 발생시킨다. 연소 과정에서 고온으로 인해 담배 연기에서 검출되는 고농도 유해 화학 물질 대부분이 생성된다. 반면에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와 같은 비연소 제품은 담배를 태우지 않는다.
대신 가열하는 과정에서 에어로졸(증기)이 발생한다. 에어로졸(증기)은 연소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담배 연기와는 다르다. 일반 담배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6000가지 화학물질 중 약 100가지 물질은 공중 보건 당국에 의해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물질로 분류된다. 비연소 제품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의 경우 유해물질 배출이 평균 약 95% 감소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기헌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담배제품 사용자별 단기 심혈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담배 흡연자가 궐련형 전자담배 등 비연소 담배 제품으로 전환해 5년 이상 사용할 경우 일반담배 흡연자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23%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한 500만명 이상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작년 질병관리청이 수행한 '흡연자의 날숨 내 휘발성 유기화합물 농도 연구'에서도 비연소 담배 사용자의 일산화탄소 검출 수치가 일반 담배 흡연자에 비해 낮았다. 일산화탄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9가지 담배 유해 화학물질 중 하나다.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사용자 중 약 92%가 4ppm 이하로 검출된 반면 일반담배 흡연자 약 55%의 날숨에서는 5~10ppm 검출, 나머지 45%의 날숨에서는 10ppm 이상 검출됐다.
비연소담배 위해성 저감을 담배 규제에 적용하는 국가들도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이 대표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 2020년 아이코스에 대해 세계 최초로 위해저감담배제품(MRPT) 인가를 결정하면서 '공중 보건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한발 더 나아가 일반담배와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발생량 차이를 적극 홍보하고 전자담배로 전환을 홍보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전자담배를 금연을 위한 중간 단계로 보며 금연 보조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WHO를 비롯한 글로벌 공중보건 단체와 한국 정부는 일반담배와 비연소 제품을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다. 금연 정책을 중심으로 보건 정책을 펴고 있어서다.
담배 회사들은 “일반 담배에 비해 위해성이 저감되며 공중 보건 증진에 도움이 된다”라는 주장이지만 정부는 “완벽한 금연만이 대안”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식약처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