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몸집 키운 패션 플랫폼, 차별화 수익 모델로 '투자 한파' 넘는다

네이버 크림·무신사 솔드아웃
판매 수수료 인상·유료 전환
카테고리 확장 재구매율 높여
하이버, 9월 첫 흑자전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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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플랫폼 업계가 본격적인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거래액 성장, 이용자 수 증가에만 집중했던 지난해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이 크다. 이제 투자사들은 발전 가능성보다 확실한 수익 모델을 원한다. '계획된 적자'를 이어오던 업계가 전략 수정에 나선 이유다.

업계는 외형 성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출혈 경쟁이 벌어졌던 온라인 광고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용자·입점업체를 모으기 위한 저가 수수료 정책도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과감한 신규 투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투자 시장 한파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업계는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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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CI

◇사라진 무료 수수료 정책…수익 창출 본격화

리셀 플랫폼 선두 주자인 네이버 크림은 내달 1일부터 판매 수수료를 최대 2%로 인상한다. 지난 10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인상이다. 크림은 올해 들어 수수료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매 수수료 또한 지난달 기준 3%까지 올랐다. 가격이 100만원인 상품이 거래될 경우 크림은 구매자와 판매자로부터 최대 5만원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수수료 인상은 예견된 수순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7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크림 수수료는 현재 거래액의 3%로 연말에는 5% 수준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년여 간 실시한 무료 수수료 정책으로 업계 최다 이용자 수를 확보한 만큼 내년부터 수익 창출을 서두를 심산이다. 지난해 크림의 영업 손실은 595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올해도 수백억원대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무신사 솔드아웃도 일부 수수료 항목을 유료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내달부터 창고 보관 구매 방식에 한해 수수료 1%를 부과할 예정이다. 창고 보관 구매 방식은 구매자가 제품을 구매한 후 창고에 그대로 보관하는 방식을 뜻한다. 아직까지 일반 거래에는 무료 수수료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향후 인상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부터 구매자 배송비도 3000원으로 인상했다.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도 내달부터 입점업체에 판매 수수료 3%를 부과한다. 이전까지는 수수료 없이 월 4만9000원의 서비스 통합 이용료만 부과했다. 업계에서 최근까지 정액제를 유지해온 것은 에이블리가 유일했다.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률제 전환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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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 CI

◇카테고리 확장·조직 개편…대안 찾는 플랫폼들

카테고리 확장도 대표적 수익성 제고 방안으로 꼽힌다. 신규 고객 유입이 한계에 이른 만큼 기존 고객 취향을 분석해 재구매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업계는 물류 비용이 적게 들거나 객단가가 높은 카테고리 추가에 적극적이다. 뷰티·라이프·펫은 물론 생활가전·식품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마케팅 또한 효율화에 방점을 찍었다.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과도한 온라인 마케팅보다는 기존 고객 재구매율을 높이는 효율적 마케팅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브랜디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대표 사례다. 브랜디가 운영 중인 남성 패션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하이버'는 지난 9월 월간 영업이익 기준으로 첫 흑자 전환했다. 남성 패션부터 디지털·스포츠·라이프 용품 등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충성도 높은 남성 고객 재구매율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무신사는 조직 개편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지난해 인수한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 조직을 무신사스토어로 흡수 통합하기로 했다. 무신사와 스타일쉐어의 중복된 커뮤니티·서비스 기능을 합쳐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초까지 이어오던 대규모 채용도 완급 조절에 들어갔다. 현재 무신사 내부 인력은 11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업계 변화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패션 플랫폼 중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무신사 뿐이다. 내년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수익 모델 발굴과 더 많은 비용 효율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액만 늘리면 투자가 들어오던 호시절은 지났다”며 “플랫폼마다 개성과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얼마만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