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COP27' 개막…개도국 '기후위기 피해 보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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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 President Sameh Shoukry speaks during a press conference following the opening ceremony of the 2022 United Nations Climate Change Conference, more commonly known as COP27, at the Sharm El Sheikh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re, in Egypts Red Sea resort of the same name. - The UNs COP27 climate summit kicked off in Egypt with warnings against backsliding on efforts to cut emissions and calls for rich nations to compensate poor countries after a year of extreme weather disasters. (Photo by JOSEPH EID / AFP)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 공멸을 막기 위해 세계 약 200개국 대표단이 이집트에 모였다. 개발도상국 진영은 최근 기후변화가 촉발한 홍수·가뭄·폭우·폭염 등 '손실·피해' 규모가 급증하며 산업화 과정에서 막대한 규모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선진국에 더 큰 책임을 요구했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복합 경제위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13일 동안 이어질 마라톤 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진영 간 합리적 타협을 이룰지가 관건이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가 6일(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위치한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했다. 18일까지 열리는 올해 총회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비롯해 80여개국 정상급 인사와 각국 대표단, 환경·기후 관련 시민단체, 기업인, 언론인 등 4만여명이 참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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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tains Prime Minister Rishi Sunak arrives in Sharm el-Sheikh, Egypt, to attend the COP27 Climate Summit, Sunday, Nov. 6, 2022. (Stefan Rousseau/Pool Photo via AP) POOL PHOTO; MANDATORY CREDIT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15℃ 올랐다. 현 추세로는 2030년에 지구 온도가 1.5℃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막지 못하면 인류는 공멸할 전망이다. 이에 작년 COP26에서 미국·유럽연합(EU)·영국·일본부터 중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경제규모 90%를 차지하는 130여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지지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2050년 탄소중립'을 궁극적 목표로 내걸었다. 중간 목표로 각국은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선진국의 경우 관련 재원을 2025년까지 두 배로 확대하는 등 기후행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도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이상 줄이기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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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에서 파리협정(지구 온도 1.5℃ 상승 억제) 이행에 필요한 규칙(Paris Rulebook)이 완성됐음에도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슬로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한해 전 세계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미국 6.2%, 유럽연합 7%, 중국 4.8% 등 전년보다 5.7% 오히려 증가했다. 올해도 코로나19 이후 산업활동 회복과 이동수요가 증가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세계 평균보다는 양호하지만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이 전년보다 3.5% 증가해 2018년 대비 6.5% 감축하는 데 그쳤다. 8년 뒤인 2030년까지 40%를 달성하려면 매년 전년 대비 4% 정도 감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올해는 유럽 알프스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져 2003년 1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측 이래 처음으로 9월 그린란드에 눈이 아닌 비가 내렸고, 그린란드의 얼음판은 26년 연속으로 질량이 줄었다. 때문에 이번 당사국총회에서는 파리협정 1.5℃ 목표 달성을 위한 각국의 실질적인 이행 노력이 더 강조될 예정이다.

작년 선진국 영국에서 열린 COP26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한 각국의 실행 목표를 도출하는 데 방점을 뒀다면, 개도국 이집트에서 열리는 이번 COP27에서는 '기후변화 적응'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파리협정 1.5℃ 제한 목표는 이미 달성 불가능할 정도로 대기 중 탄소농도가 높다고 지적, “향후 수백년 혹은 수천년간 빙하가 녹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은 COP27 개막을 앞두고 기후변화 위험성을 강조하며 선진국이 더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손실과 피해'를 역대 처음으로 정식안건에 채택했다. 선진국이 산업화과정에서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우며 지구온난화를 초래했고 기후변화로 해수면 상승, 홍수, 태풍 등 재해가 발생해 피해를 본 개도국에 보상하자는 것이다.

작년 선진국 진영은 2025년까지 400억달러(약 56조3000억원)를 개도국에 제공해 홍수 방지 인프라 구축 등 기후위기대응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유엔환경계획(UNEP) 기후위기대응 보고서는 선진국 지원 목표가 개도국 수요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1.5℃가 중환자실에 들어갔고 기기가 흔들리면서 위험에 빠졌다”면서 “기후 대학살로부터 수백만 인명을 구해내려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자금 지원이 극적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 자금 수요는 2030년까지 연간 3400억달러(약 480조원)까지 치솟을 예상이지만 현재 10분의 1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은 올여름 예년보다 훨씬 심각한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1가량이 물에 잠기고 사망자는 약 1720명에 달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근본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고 인한 COP27에서 선진국 진영에 피해보상을 촉구했다. 실제 올해 해수면 상승 속도는 1993년의 두 배였고 해수면 높이는 2020년 1월 이래 10㎜ 상승해 올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무니르 아크람 주유엔 파키스탄 대사는 “지난 150년간 산업화가 이뤄진 선진국의 정책 영향으로 고통받아온 개도국 입장에서 이는 '정의' 차원 문제”라며 “그러나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정책이 (기후재난을) 야기했다고 인정하기를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탄소프로젝트(GCP)에 따르면 미국이 전 세계 온실가스의 4분의 1 정도를 배출하는 반면에 파키스탄은 0.4%에 불과하다. 파키스탄의 올해 폭우는 산업화 이전보다 50∼75% 급증해 지구온난화가 촉발한 기후변화와 상관관계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개도국 진영은 '손실과 피해'를 보상할 기금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지적하지만, 선진국 진영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 경제대국 없이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면서 “미국도 중국도 협력과 전 지구적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U는 기금 설립에 동의하고 있지만, 온실가스 최다 배출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EU가 단독으로 의제를 주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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