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스마트폰 사용자 절대다수가 사용하는 메신저 프로그램 카카오톡이 먹통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그간 있었던 몇 시간 정도 통신 장애와 달리 이번 사태는 규모가 훨씬 컸다. 카카오톡 메신저 기능뿐 아니라 서비스 내 기프티콘 숍 및 예약 기능, 다음과 카카오 메일과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예·출금 기능, 카카오택시 등 전 계열사 서비스가 완전히 멈췄기 때문이다.
서비스 장애 원인은 같은 날 오후 발생한 데이터센터 화재로 밝혀졌다. 카카오, 네이버 등 기업이 서버 컴퓨터와 네트워크망을 모아 두는 판교 데이터센터에 불이 나면서 서비스 연결을 위한 전원이 차단된 것이다. 우리는 네트워크망이 별 탈 없이 작동할 때는 그 연결을 만드는 물리적 존재를 미처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사실 데이터센터는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테크기업이 앞다퉈 투자를 늘리는 핵심 사업 분야다. 데이터센터는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으며, 어떤 점에서 IT 대기업 중요 사업으로 부각됐을까? 아울러 기후 위기 시대 데이터센터 문제점까지, 데이터센터에 관한 모든 것을 살펴보자.
◇기업에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
우리는 잘 갖춰진 네트워크망을 활용해 늘 온라인 세상에 연결되어 있지만, 작은 원룸에서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려면 인터넷 설치 기사 도움을 받아 선을 잇고 와이파이 공유기를 설치해야 한다. 사실 식구 몇 명이 핸드폰으로 온종일 유튜브 영상을 보더라도 스트리밍 방식으로 오고 가는 데이터 전송량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문서 작업이 주 업무인 작은 사무실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러나 한 장소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막대하게 크면 어떨까. 가령 유통 회사에서 수백만명 고객 정보, 주문 정보, 제품 정보, 온라인 쇼핑몰 접속자 관리를 동시에 해야 한다면?
지금도 몇몇 기업은 보안 등을 이유로 자체 '서버실'을 운영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적지 않은 공간을 차지하고 별도 온도 및 습도 관리를 해야 하는 서버 전용 공간을 운영하기 어렵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성행한 1990년대 중후반부터는 별도 서버 관리를 원하는 기업이 늘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서버 자원을 임대한 것이 현재 데이터센터 산업 초기 형태다. 오늘날 데이터센터는 고층 빌딩 여러 층에 걸쳐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장치인 라우터는 가정용 공유기라면 단자 네댓개를 쓰는 정도인데, 데이터센터 대규모 라우터는 4단 책장만 한 높이에 서버별 장치가 수십개씩 들어간다.
◇175제타바이트 세계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 구현 등 산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중심 역할을 한다. 매끄러운 정보 처리를 위해 데이터센터에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치 외에도 이들 기기를 유지하기 위한 발전기와 무정전 전원 장치, 항온·항습기, 백업 및 보안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다. 여느 전자기기와 마찬가지로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서버는 주변으로 열을 뿜어내는데, 서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센터 내 온도를 항상 21~27도 선에서 유지해야만 한다. 이렇게 많은 서버가 사용자 그룹별로 섬세하게 관리되므로 데이터센터는 '서버 호텔'이라고도 불린다.
데이터센터 사업은 꾸준한 성장세에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데이터센터 수는 2020년 156개에 달한다. 2021년 기준 전 세계에는 1850여개 데이터센터가 있고, 2만 제곱미터(㎡) 이상 면적으로 최소 10만대 이상 서버를 사용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660여개나 존재한다. 산업계 전반에 빅데이터 알고리즘 활용이 늘면서 기업에서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 호황기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 세계 데이터 규모에서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2018년 IT시장 조사 기관 IDC가 발표한 보고서는 2018년 전 세계 데이터 규모가 33제타바이트(ZB)이며 지금으로부터 3년 뒤인 2025년에는 175ZB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 내다 봤다. 1ZB가 약 1조기가바이트(GB)니, 넘쳐흐르는 데이터를 집단으로 관리하는 창고가 생기는 일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매끄러운 온라인 세상을 위한 비용
앞서 언급한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은 이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세 기업에서 구축한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는 환경 오염 주범이라는 오명 또한 갖고 있는데, 서버실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전기와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버가 가동할 때 쓰는 전력량보다 서버실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이나 냉각기를 사용하며 쓰이는 전기와 물 사용량이 더욱 크다.
2000년대 후반부터 그린피스 등 환경보호 단체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전기 사용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센터를 친환경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업 조치는 다양해진다. 환경 단체 요구에 가장 먼저 화답한 기업은 메타(옛 페이스북)였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 부지를 활용하는 전략을 세웠는데, 메타는 바람이 많이 부는 아일랜드 클로니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지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코틀랜드 오크니섬 근처에 해저 데이터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풍력·조력 등 친환경 에너지로 조달하려는 시도로, 해저 데이터센터의 경우 서버 열을 자연 냉각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는 2024년까지 증발식 냉각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물 사용량을 연간 57억리터(ℓ)가량 줄이는 등 지속 가능한 데이터센터 구축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USB나 하드 디스크 같은 물리적 실체 없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 익숙해졌다. 데이터센터가 지지하는 많은 플랫폼 서비스 이점도 크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건 하나에 온라인 플랫폼을 쓰는 자영업자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 ZB급 데이터 확장을 유지하는 친환경 에너지 전략도 곧 고갈될지 모른다. 온라인 세상 혜택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여전히 현실에 있다.
글: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