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신용평가'라는 말이 이미 익숙하게 통용되고 있는 듯하다. 혁신적 금융을 추구하는 핀테크, 빅테크는 물론 전통 금융사, 공익성 정책금융 영역에서도 전통 신용평가만으로는 의도했던 대로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 소비자 편익을 증가시키는 것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용평가와 같은 금융이 공급되고 활용되는 기준을 만드는 것은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 금융이나 통신과 같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보다는 어떠한 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산업인 경우 기업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고객을 거절하는 것은 단지 해당 고객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2차적 격차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신용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발달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담보 또는 사회적 신분 등을 기준으로 금융을 공급할 수 밖에 없다. 금융거래를 잘해온 사람을 우대하는 신용등급은 변변한 담보가 없는 사람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가능하게 했다. 담보 위주 금융 관행을 신용 중심 금융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됐다.
다만 통계적 방법에 기반해 공급하는 금융사의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기준으로 컷오프하다보니 불량 가능성이 높은 고객 진입을 차단하는 효과는 충분히 달성했지만 상환의지와 능력이 있는 더 많은 잠재 우량고객도 자격 기준 미달로 판단하는 오류도 생겼다.
그렇다면 신용평가의 한계를 보완하는 혁신으로써 대안신용평가는 어떤 대안이 되는 것이 적절할까.
우선 규제로 인해 수집되는 금융거래 정보로는 신용있음을 인정받기 어려운 건실한 사회초년생에게 금융 선택권을 넓혀주는 대안이 돼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신용등급은 새롭게 대출(또는 한도)을 신청하는 사람이 '다른 곳에서는 잘 갚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동시에 다른 곳에서 연체한 적이 없던 사람은 '잘 갚은 기록이 없는 사람'으로 간주돼야 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신용을 평가할 수 있는 대상 데이터를 다각화해야 한다. 신용 있음을 판단하기 위해 익숙하게 사용해온 과거 금융기록에 더해 심사역이 오랜 시간 자료를 수집·상담·파악해야 했던 영역을 빅데이터 기술 등으로 자동화해 비금융 활동에서 포착해 낸 신뢰할 수 있는 성향, (미래)소득 창출 능력 등을 함께 고려해 금융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찾고자 하는 혁신 금융사에게는 다른 금융사가 보지 못한 저위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대안이 돼야 할 것이다.
대안정보, 특히 빅데이터는 데이터 자체에 신호도 있지만 소음도 포함하고 있다. 자칫 정보 차별성에서만 관심을 두면 현실 환경에서는 적용하기 어렵고 값비싼 정보가 되기 마련이다. 기존 금융정보만으로는 더이상 세분화할 수 없는 곳을 다양하게 세분화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α가 돼 혁신 의지를 가진 금융사가 블루오션을 찾을 수 있게 하는 대안이 돼야 한다.
지속가능한 관리로 공익적 금융 효과를 지속하고자 하는 정책금융에게는 대안신용평가가 지원금과 일반 금융 사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필수적인 지원 금융을 신용 취약계층 대상으로 공정하게 공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신용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금융이 소액 지원금융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성실하게 신용을 향상시키고 있는 사람들, 신용은 중간 수준이지만 소득 등이 불안정한 사람 등은 금융의 또 다른 사각지대에 처할 수밖에 없다.
기존 정책금융을 이용하고 상환하는 과정에서의 다양한 소비패턴, 이용행태 등을 분석해 마치 사다리처럼 한 단계 한 단계 더 나은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시한다면 제한된 자원의 효과성 또한 극대화될 것이다.
대안신용평가가 단지 신기한 정보를 사용하는 또 하나의 거절 이유가 아닌, 더 주기 위해 신뢰성을 보강할 수 있는 지표로서 건전하게 발전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민정 크레파스솔루션 대표 contact@crepa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