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과기자문회의서 반도체 등 12대 전략기술 발표
文정부 블라인드 채용 폐지...안보실 2차장, 옵저버로 참여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취임 후 첫 과기자문회의를 주재하고 “과학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어떤 규제도 정치적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등을 이유로 도입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부 출범 후 첫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우수 연구자 확보를 가로막았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은 연구기관에 대해 우선적으로 전면 폐지하겠다. 위원회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발전 전략과 함께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지원자 출신 지역, 학력 등이 채용 과정에서 노출하지 않도록 하는 블라인드 제도를 지난 2017년 도입했었다. 그러나 학계에선 지나친 '깜깜이 심사'로 우수 연구인력을 뽑지 못 하게 하는 제도라고 지적이 많았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현장 연구자들이 자유와 창의로 마음껏 연구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는 관련 지침을 변경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선 12대 '국가전략기술'도 발표했다. 미래산업과 경제안보 강화에 기여할 핵심 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등이다.
관련 연구개발(R&D)에 5년간 2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초일류·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민관합동으로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해 확실한 성과를 창출하겠다는게 윤 대통령 복안이다. 이를 위해 특별법 제정 등 지속가능한 추진 체계 법제화도 추진한다.
윤 대통령은 “국가기술전략 육성방안을 토대로 과학기술 강국으로 더 크게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과학기술은 경제·산업 성장의 원천이며 자유 확장과도 관련이 있다. 기술 패권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대전환의 시기에 추격을 넘어서 초격차를 만드는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며 “메모리 이후 차세대기술, 인공지능, 모빌리티,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우주항공, 양자컴퓨터 등 12대 국가전략기술이 새로운 대한민국 성장엔진이 될 수 있도록 집중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기자문회의는 과학기술 정책의 중장기 방향을 설정하는 컨트롤타워다. 헌법 제127조에 근거한 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구다. 대통령이 의장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시작 전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직접 배석시켰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밝혔다. 임 2차장은 앞으로 과기자문회의에 '옵저버'로 참여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보실 2차장은 과기자문회의 참석자는 아니지만, 앞으로 국가전략기술 논의 과정에서 동향을 파악하고 국방과학기술 혁신에 도입하라는 취지로 대통령이 직접 참석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