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중심 'CSA'…홈IoT 표준 '매터' 발표
구글·아마존 등 선도기업 참여로 확장성 장점
가전업체로만 구성 'HCA'…생활가전에 집중
C2C 방식 연동으로 소비자 체감속도 빨라
글로벌 스마트홈 생태계 경쟁이 치열하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스마트홈 서비스 수요가 급증, 가전은 물론 플랫폼 업계까지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다양해진 가전 품목과 소비자 요구 충족을 위해 공동전선을 꾸려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구글, 아마존 등을 필두로 한 '플랫폼'과 삼성·LG를 선두로 한 '가전' 진영 간 스마트홈 생태계 세 확산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치열한 고객 확보전을 예고한다.
◇CSA '매터' 출격…패러다임 전환 선전포고
글로벌 스마트홈 생태계 경쟁 불씨를 당긴 것은 커넥티비티스탠더드얼라이언스(CSA)가 지난 달 발표한 홈 사물인터넷(IoT) 표준 '매터(Matter)'다.
매터는 IoT 기기간 통신 언어를 통일해 스마트홈 플랫폼 구분 없이 제품을 연동·제어할 수 있다. 구글, 아마존, 애플, 샤오미 등 글로벌 주요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이 모두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존에 시도됐던 어떤 홈IoT 표준보다 확산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스마트홈 플랫폼 1, 2위 기업인 구글과 아마존은 연내 IoT 허브와 애플리케이션(앱) 지원 계획을 밝혔다. 애플 역시 매터 지원을 위한 '애플 홈' 업데이트에 착수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싱스 허브'와 '스마트싱스' 앱으로 매터 적용 기기 지원 채비를 마친 상황이다.
매터의 경쟁력은 참여기업과 확장성에 있다. 매터 개발 과정에 참여한 기업은 스마트홈 플랫폼, 가전, 반도체, IT서비스 등 270곳 이상이다. 분야별 선도 기업이 참여한 만큼 적용될 경우 시장에 단기간 내 뿌리내릴 수 있다. 여기에 주적용 대상이 스마트 스위치, 전구, 도어록 등 전체 IoT 기기의 90% 이르는 제품인 만큼 파급력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내년 출하되는 전체 IoT 기기의 약 44%인 4억2400만개가 매터를 적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많은 홈IoT 표준 적용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한 이유는 참여 업체가 가전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된 데다 핵심인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매터는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이 주도해 개발한데다 현재 소비자의 서비스 수요도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시장 안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가전 연합체 HCA 등장…스마트홈 시장 돌풍 예상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2'에서 글로벌 가전 연합체 HCA를 언급하며 스마트홈 시장에 새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해 8월 발족한 HCA는 삼성전자, 일렉트로룩스, 하이얼, GE, 그룬디 등 글로벌 주요 가전사 13곳으로 구성됐다. 특히 지난 8월에는 LG전자까지 합류하면서 스마트홈 시장 핵심 단체로 몸집을 키웠다.
HCA는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는 CSA와 달리 가전 회사로만 구성됐다. 매터 진영이 소형 IoT 기기를 주적용 대상으로 삼는다면 HCA는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서 삼성전자 주도로 일렉트로룩스 등 주요 회원사간 제품 연동도 시연했다.
이들의 강점은 활용도와 속도에 있다. HCA는 매터와 비교해 적용 품목은 적지만 스마트홈 서비스 영역에서 사용자 니즈와 활용도가 가장 높은 가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품 온·오프 등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개인 맞춤형 서비스 등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매터가 개별 기기간 연결이라면 HCA는 업체별 플랫폼을 클라우드간(C2C) 방식으로 연동한다. 플랫폼 단위에서 연동할 경우 여기에 연결된 모든 기기까지 자동으로 연동된다. 매터 대비 소비자가 체감하는 연동 속도가 빠르다.
HCA는 내년 하반기 13개 회원사 플랫폼을 모두 연동할 계획이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플랫폼 연동 준비도 시작됐다. 내년 1월 CES 2023에서 중간 결과를 시연할 예정이다. 여기에 LG전자와 글로벌 생활가전 매출 1위를 다투는 월풀과 유럽 프리미엄 가전 강자 보쉬까지 영입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들까지 합류하면 사실상 글로벌 주요 가전사가 모두 참여하는 완전체가 된다.
최윤호 HCA 회장은 “그동안 가전사 간 다양한 스마트홈 협업 논의가 있었지만 이해관계로 인해 성공한 사례가 없다”면서 “HCA가 설립 1년 만에 회원사간 플랫폼 연동 시연까지 한 것은 사용자 편의와 기업 경쟁력 확보라는 공통 목표가 확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홈 무한경쟁 시대 예고
CSA와 HCA가 주도하는 새로운 스마트홈 패러다임은 '플랫폼 종속성' 해소가 공통점이다. 그동안 IoT 기기를 연동·제어하려면 특정 플랫폼을 사용해야 했다. 이제는 사용자가 원하는 플랫폼 안에서 모든 게 이뤄진다. 플랫폼에 종속됐던 사용자는 물론 IoT 기기 업체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스마트홈 시장은 고객 확보를 위한 무한경쟁 시대로 들어선다.
CSA와 HCA 진영 간 경쟁도 불가피하다. CSA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IoT 기기뿐 아니라 가전 사용자까지 매터 생태계에 끌어들일 공산이 높다. 반면에 HCA는 가전이라는 차별화 요소로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매터 진영을 주도하는 업체들과는 다른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IoT기기가 중심인 매터 진영과 가전 중심의 HCA는 당분간은 상호보완적인 생태계를 구축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 확보를 위해 경쟁 관계가 될 것”이라면서 “소비자 선택을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에 주력한 만큼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전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