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칼럼]인도네시아 핀테크, P2P·전자결제·디지털뱅크 중심으로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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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서 베트남과 함께 가장 빠른 핀테크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2021년 기준 핀테크업체 수는 370여개로 2016년 대비 15배 급증했고, P2P 대출 규모도 21조루피아(약 2조1200억원)로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75%의 급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고젝, 오보, 링크아자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핀테크 M&A와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고젝의 경우 지난해 3월 한 차례의 자금 조달로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를 유치, 베트남 전자지갑 '위페이'를 인수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핀테크의 급성장 배경은 뭘까.

시장에선 첫째 디지털·모바일에 친화적인 젊은 계층이 워낙 많다는 점을 꼽는다. 인구 평균 연령이 29세로 베트남(30세)보다 젊고, MZ세대가 인구의 53%(1.5억 명)나 된다.

둘째 금융침투율이 워낙 낮은 점도 주요 요인이다. 은행 계좌가 없는 금융소외 계층이 인구의 절반 이상, 신용카드가 있는 인구는 1~2%, 보험인구는 0.5%에 불과하다. 따라서 포용금융 관점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핀테크 수단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셋째 핀테크의 인프라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육성정책도 핀테크 급성장에 방아쇠 역할을 했다. 인터넷 보급률이 2016년 30%대에서 2021년 기준 73.3%로 대폭 높아졌고, 스마트폰 보급률은 MZ세대의 수요 폭발로 거의 80%에 육박한다. 최근엔 핀테크 수익 모델들이 PC를 건너뛰고 곧바로 모바일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넷째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거래 급증, 특히 전자상거래(E-commerce) 급성장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어떤 분야가 활발한가. 10여개 핀테크 분야 가운데 P2P, 간편결제, 디지털뱅크 순으로 활발하다.

특히 가장 큰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P2P다. 인도네시아 핀테크업체의 약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업계 내 인기가 높고, 대표적 P2P라 할 수 있는 우앙테만(UangTeman)과 인베스트리(Investree) 같은 업체는 필리핀·태국 등 해외사업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물론 코로나에다 최근 글로벌시장에서의 금리 상승과 유동성 축소로 부실채권 확대 위험 등 P2P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P2P 대출액이 금융권 총대출액의 1% 미만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P2P의 잠재 성장력은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자결제시장도 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은 소득도 소득이지만 카드단말기, 포스기 등 인프라 미비 때문에 카드 대신 대부분 현금 결제였다. 이제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결제가 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방식도 전자화폐, 전자지갑, QR코드, 지급게이트웨이(Payment Gateway)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는 등 이미 전자지갑을 활용한 전자결제는 카드결제금액을 상회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 전자결제업체로는 고페이(Gopay), 오보(OVO), 쇼피페이(Shopeepay)를 꼽는다. 디지털뱅크도 관심 대상 중 하나다. 특히 인도네이사아의 대표적 빅테크라 할 수 있는 고젝이 21% 지분 투자한 자고뱅크(Bank Jago)의 경우 고젝과의 시너지효과 기대 때문인지 투자 이후 2020년 3월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주가가 약 30배 급등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시장 규모는 작지만 인슈어테크와 크라우드펀딩 분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인구 4위, 구매력 기준 경제 규모 7위의 잠재 대국이다. 아날로그시대엔 1만9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국가여서 유통비용이 워낙 컸지만 디지털·모바일시대로 전환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금융 및 유통을 핀테크, 전자상거래(E-commerce)로 대체하면서 가성비와 효율성을 급속히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진출 다변화가 절실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상호 진출과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할 최우선대상 국가 중 하나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ysjung161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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