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자사주 찔끔 매입 논란…카카오뱅크 주가 또 추락

임원진 5만685주 장내 매수
책임경영 의지 표명 취지 무색
장중 1만7200원대 신저가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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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들의 자사주 매입을 포함 카카오뱅크가 주가 관리에 나섰지만 되레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2명 카카오뱅크 임원진이 매입한 자사주 합계가 10억원 규모로 총 발행주식의 0.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회사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 표명'이라는 취지 설명이 무색해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37% 하락한 1만7200원에 거래되며 신저가를 경신 중이다. 전날 카카오뱅크는 임직원 12인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지만 이날도 주가는 3% 빠졌다. 실제 자사주 매입이 시작된 6일부터 3거래일 동안만 주가가 16.6% 하락한 것이다.

이번에 카카오뱅크 임원진이 지난 6일과 7일 이틀에 거쳐 장내 매수한 주식은 총 5만685주다. 카카오뱅크의 발행주식 총수 4억7663만3937주의 약 0.01%에 해당한다. 자사주 취득원가는 취득시점에 따라 1만8050~2만350원 범위다. 당시 주가로 환산하면 약 10억원 규모에 해당한다. 회사 차원의 조치라고 보기에는 규모가 미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7월에 매입한 자사주를 합쳐도 8만4370주로, 총 발행주식의 0.02%에 못 미친다.

앞서 이마트 주가가 신저가를 기록했던 2019년 당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950억원(발행주식 총수 3.23%를) 자사주 매입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 부회장 본인도 책임 경영 일환이라는 취지로 14만주(약 240억원)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하락한 요인은 복합적이다.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는 금융회사가 아니라 IT 회사 정체성을 강조해 공모가를 산정했고, 이러한 기대를 반영한 주가는 한때 9만원을 돌파하며 당시 주가수익비율(PER)이 300배를 넘겼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과 크게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평가가 지속 재조정됐다.

증권가는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지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12일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기존 3만7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키움증권은 기존 4만9000원에서 2만원으로 낮췄다. 앞서 지난 7일에는 DB금융투자가 부동산 시장 침체를 근거로 목표주가를 2만4600원에서 1만6200원으로 내렸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금융의 디레이팅 원인은 주주환원 보다는 업황 악화와 할인율 상승, 그리고 차별화된 성장 부재의 심화에 기인하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카카오뱅크 벨류에이션 회복을 위해서는 자본 활용을 차별화된 성장성 제고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