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장비 상위 5개사의 중국 매출 비중이 2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반도체 패권 다툼 이후 중국 판매 비중을 줄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가로막으면서 중국 비중은 올 하반기에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 수익 감소가 만만치 않아 대체 시장 마련이 시급해졌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ASML, 램리서치, TEL, KLA 등 반도체 장비 매출 상위 5개사의 2분기 매출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은 평균 23.4%이다. 램리서치가 31%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KLA(29%), 어플라이드(27%), TEL(20%), ASML(10%)이 이었다.
반도체 장비사의 중국 매출 비중은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를 본격화하면서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 매출 비중은 1분기 대비 6.8%포인트(P), 전년 동기 대비 8%P 각각 줄었다. 미국 정부 정책에 어느 정도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대대적 반도체 설비 투자에 나선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요가 어느 정도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달 7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첨단 반도체 기술 수출 제한 방침에 장비사들의 중국 비중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판매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대상은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 등을 활용한 14나노 이하 로직 반도체 등이 포함된다. 중국 기업이 소유한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에 대해서는 '거부 추정 원칙'을 적용, 수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했다. 첨단 반도체라고 하지만 시장 대세로 자리 잡은 기술이 다수 포함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KLA는 선제적으로 중국에 기반을 둔 고객사에 장비 공급을 일부 중단한다.
장비사의 중국 매출 비중 감소는 불가피하다. ASML과 TEL은 미국과 협력해서 시장에 공급하는 기술이 다수 있어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장비사의 수익 확보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주요 고객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 발표 이후 주요 장비사의 주가가 급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대안으로 주목되는 곳은 삼성전자, TSMC, 인텔 등이다. 모두 미국 내 첨단 반도체 공장 건립을 추진한다. 대규모 장비 수요처로 꼽힌다. 다만 장비 납품 일정이 남아 있고, 파운드리 중심이다 보니 단기 수익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톱5 중국 매출 비중]
자료:업계 취합(회계연도는 국내 기준으로 통일)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