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의 반도체 특허 우선심사 시행으로 다른 산업 분야 심사적체가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6일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과 9월 사이 입법 예고한 특허법 시행령 9조 개정안을 오는 10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특허 우선심사 대상을 규정하는 시행령 9조에 반도체 등 '국민경제 및 국가경쟁력에 중요한 첨단기술'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특허청은 지난 7월 특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반도체 특허에 대한 우선 심사 방침을 밝혔다. 현재 1년 이상 걸리는 심사 기간을 2달로 단축하고 반도체 분야 퇴직 연구 인력을 특허 심사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의원은 우선심사 대상 증가가 다른 분야 특허심사 적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특허 심사 신청(출원)은 2017년 21만1584건에서 지난해 24만2007건으로 4년간 14.4% 증가했다.
특히 심사관 한 명당 심사처리 건수는 2020년 기준 206건으로 주요국가인 미국(73건), 중국(91건), 일본(164건)보다 많고, 유럽연합(58건)과 비교해 3배가 넘는다.
상대적으로 많은 심사 건을 한정된 시간에 처리하다보니 심사 건당 처리 시간도 한국이 10.8시간으로 미국(27.4시간), 중국(22시간), 일본(17.7시간)보다 짧다. 이에 따라 심사가 부실하게 진행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이러한 심사처리 환경에 반도체 우선심사 처리 기간 단축을 위해 특허청 심사관 처리물량을 늘리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며, 반도체 특허 우선심사 시행시 단점으로 우선심사 대상 추가요청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변리사회도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수소산업, 이차전지, 자율주행 등 다른 기술 분야의 특허 등록도 시급한 만큼 심사적체 해소를 위해 심사관을 대폭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반도체 특허 우선심사 사업은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여건 마련을 특명한지 한 달 만에 나온 것”이라며 “기존 특허 심사가 적체되던 문제를 해결할 처방도 없이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정책을 부랴부랴 결정한 셈인데 자칫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구체적인 대책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