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첫 국정감사'...기업인 줄소환, 기업 길들이기 구태 여전

'2022년 국정감사'에서도 기업인 줄소환이 예정됐다. 윤석열 정부가 자유경제를 위한 규제개혁, 시장주의 등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기조와 달리 국회의 '기업 길들이기' 행태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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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 첫 국감에서는 기업인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한다. 5대 금융그룹 은행장을 비롯해 이재승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정탁 포스코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남궁훈 카카오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최익훈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등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이 국감 증인대에 선다.

과거 기업인 국회 소환은 정·재계 로비나 유착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취지가 많았다. 하지만 2016년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정조사에서 재개 총수가 대거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일단 부르고 보자' 식의 기업인 증인 신청이 이어졌다. 입법 데이터 분석기관인 폴메트릭스의 자료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은 총 623명에 이른다. 전체 1840명에서 3분의 1에 이르는 수치다. 이 가운데 77명을 증인 채택이 철회됐고, 119명은 해외 출장과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했다.

그룹 총수의 증인 신청도 관행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증인으로 언급되다 최종 제외됐다. 그나마 여야가 10대 그룹 총수를 불러 호통치는 '생색내기 국감'은 하지 말자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등 행정 전반을 따져야 할 국정감사 자리가 민간기업에 대한 호통과 간섭의 장으로 변질했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와 시장은 물론 기업을 겨냥한 정치 간섭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안 질의를 하려면 차라리 그룹사 총수나 대표보다는 담당 실무자를 부르는 게 낫다고 강조한다.

정치적으로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국정감사를 악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기업에 사회공헌재단 기부금 납부를 요구한 사례가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선 5대 그룹사 경영진에 농어촌상생협력기금 기부를 독촉하기도 했다.

경제인단체는 어려운 시기에 기업인이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회 증인 출석을 신중하게 요구할 것을 요청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기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 제반 경비를 줄이고, 위기 해소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과도한 참고인 출석 요구는 경영 공백은 물론 사기를 저하,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의정실장은 “국정감사가 정책을 다루는 장인 만큼 기업인 출석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기업 관련 질의가 필요하면 대표자보다는 현안에 정통한 실무 임원급으로 출석을 요구, 진정한 논의의 장이 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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