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독 해저 가스관 3개서 가스 누출…"서로 '사보타주' 의심"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의 발트해 해저관 3개에서 하루 새 연이어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로이터, NPR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 AG는 3개 가스관이 동시에 망가진 것은 처음이라며 복구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끊었기 때문에 지난 8월 이후 두 가스관 모두 가동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관 내부에 여전히 천연가스가 가득 차 있었다. 누출된 세 곳 중 두 곳은 덴마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며, 다른 한 곳은 스웨덴의 EEZ이다. 덴마크와 스웨덴 해상교통당국은 대량의 가스 유출을 감지하고 곧바로 주변 해역에서 선박 항해를 금지했다.

Photo Image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사진=노르트스트림 AG

이번 사고와 관련해 러시아와 서방은 단순 사고가 아닐 것이라며 상대방을 겨냥한 의구심을 내비쳤다.

서방은 이전부터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계속해서 줄여온 것을 이유로 들며 이번 누출 역시 러시아의 의도적 개입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독일 언론은 익명의 보안 관계자를 인용해 해저의 콘크리트로 코팅된 가스관이 스스로 파손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 아니냐고 지적했다.

가스관 누출 발견 직전에는 해당 지역에서 두 차례 대량의 에너지 방출이 기록됐다.

비욘 룬드 스웨덴 국립 지진 네트워크 소장은 두번째 방출에 대해 “잠정적인 추정으로는 적어도 다이너마이트 100kg과 맞먹는 위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폭발이 일어난 지역에 24시간 이내로 이 같은 위력을 낼 자연현상 신호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룬드 소장은 네트워크가 탐지한 이번 데이터를 살펴봤을 때, 스웨덴 해군이 요격 훈련과 해저 지뢰를 이용한 훈련을 실시했을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고 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에서 "이번 누출은 러시아에 의한 테러 공격이자 유럽연합(EU)에 대한 침략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 러시아 역시 서방을 의심하는 발언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가스 누출은) 전체 (유럽)대륙의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문제"라면서 누출이 사보타주의 결과인지를 묻는 취재진에게 "현재로서는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명히 가스관에서 일종의 파괴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EU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서 “프레데릭센 총리와 노르트스트림을 향한 사보타주 행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면서 "이제 사건을 조사하고 사건과 그 이유에 대해 완전히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EU 차원의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 예고했다.

그러면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 에너지 인프라를 향한 어떠한 고의적인 파괴도 용납할 수 없다. 가능한 가장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