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취향 시대

“이제는 '취향 시대'입니다. 단순히 맞춤형 디자인뿐만 아니라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제품이 필요하죠.” 가전업계 동향에 관해 대화를 나누던 취재원이 한 말이다. 취향 시대.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시도가 가전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LG전자는 최근 기분에 따라 터치 한 번으로 냉장고 패널 색상을 바꾸는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을 출시했다. 패널을 교체하거나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제품 색상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계절별·이벤트별로 인테리어를 수시로 바꾸는 가전업계 최초의 시도다.

맞춤형 시대 포문을 연 것은 삼성전자 '비스포크'다. 전자업계 전반에 걸쳐 개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제품 트렌드가 퍼졌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마음껏 개성을 드러내는 MZ세대의 수요와도 맞아떨어졌다. 취향 영역에서 가장 민감한 '디자인' 선택권을 과감히 소비자에게 맡긴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최근에는 단순히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으로 소비자 취향을 저격하는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공략한 '펫 가전'이 대표적이다. 일반 공기청정기, 세탁기, 건조기 등에 펫 기능이 추가됐다. 반려동물의 털 날림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로 불편함을 겪던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확히 겨냥했다.

'취향 가전'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포터블 스크린, 맥주 제조기 등 이른바 신(新)가전이다. 집안 어디서든 원하는 곳에서 TV를 보고, 집에서도 입맛에 맞는 나만의 수제 맥주를 만들어서 마실 수 있다. 사실 기업에서는 하나의 제품으로 다수를 만족시키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소비자 전반에 걸쳐 '취향'이 강조되면서 초개인화·맞춤형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흔히 '틈새시장' 정도로 여겨서 쉽게 뛰어들지 않는 영역에 도전해 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도 있다. 소수의 히트상품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틈새 수요를 발굴하는 '롱테일 전략'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뛰어난 성능을 강조하거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고민해서 만족스러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각도로 시장을 살펴서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취향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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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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