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현민)이 전자현미경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장비인 고성능 에너지 분석기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장비회사 대상 시험서비스를 제공해 첨단 현미경 산업 생태계 육성에 기여할 전망이다.
전자현미경 성능은 전자빔을 만들어내는 전자원 특성에 달려 있다. 전자원에서 생성되는 전자빔으로 렌즈에 초점을 맞춰 대상을 관찰하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대상에 정밀하게 초점을 맞추려면 전자빔을 구성하는 전자입자 에너지 분포가 균일해야 한다. 따라서 에너지 폭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국내 다수 기업이 전자현미경 개발에 성공했지만 에너지 폭 측정에 쓸 정밀 에너지 분석기가 없어 실측값 대신 문헌상 수치를 참고했다. 제품 성능 검증에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2019년 자체 시뮬레이션 기반 설계기술을 확보, 2022년 렌즈 방식 지연전위 에너지 분석기 실물 개발에 성공했다. 제작비용이 수백만 원 정도로 저렴하면서 13.8밀리 전자볼트(meV) 수준 에너지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측정 분해능을 갖췄다. 독립적인 분석기로 쓸 수 있고 크기가 60㎜로 작아 현미경 내 부착해 일체형 현미경을 개발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에너지 분석기는 크게 두 가지다. 반구형 에너지 분석기는 측정 분해능이 우수하지만, 가격이 수억 원에 달하고 크기도 약 700㎜다. 그리드 전극 방식 지연전위 에너지 분석기는 크기가 작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분해능이 300meV 이상으로 측정성능이 낮아 성능평가에 부적합하다.
표준연은 이번 성과로 기존 운영하던 전자원의 각 전류밀도 측정 시험에 더해 전자원 에너지 폭 측정 플랫폼을 구축, 8월부터 국내 기업체 대상으로 시험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안에 자기장, 소음, 진동 등의 영향에 따른 전자현미경의 영상 분해능 성능평가 플랫폼도 추가로 구축해 종합적인 시험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박인용 표준연 연구장비성능평가팀장은 “고성능 전자현미경은 소재, 부품, 바이오 등 여러 방면에서 필수적인 장비임에도 기술 자립도가 낮았던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성과를 계기로 전자현미경 부품부터 전체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종합성능평가 플랫폼을 마련해 국내 기업의 고성능 현미경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준연 기본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선도연구장비 핵심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의 성과는 마이크로스코피 앤 마이크로애널리시스(Microscopy and Microanalysis, IF: 4.099)에 9월 게재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