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올 하반기 공개채용 절차에 착수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대기업 공채가 정기행사였지만 최근 들어 흐름이 많이 바뀌었다.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삼성만 유일하게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은 대부분 경력직을 포함해 필요한 곳에 인력을 수혈하는 수시 공채로 전환했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벤처·스타트업에서도 수시 채용은 이미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삼성은 지난 3년 동안 4만명을 채용했다. 올해부터 채용 규모를 더 확대해서 앞으로 5년 동안 총 8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인력 수요는 연간 약 1만명 수준이지만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채용 규모를 약 20% 더 늘렸다.
요즘처럼 기술과 경영환경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장기 채용 목표를 공표하고 실행해 나가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수감된 상태에서 옥중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이미 국민께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사회적 책임이 담겼다. 삼성이 국내 대표기업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결국 이 부회장은 약속을 지켰다.
요즘 대다수 기업이 즉시 쓸 수 있는 경력자만 찾으면서 젊은층의 사회 진출 기회가 오히려 줄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신입 공채는 졸업을 앞둔 학생, 직무 경험이 부족한 청년 취업 준비생에게 상시적이고 예측 가능한 양질의 취업 기회가 된다.
삼성의 신입 공채 확대 기조를 환영한다. 이 같은 행보가 다른 기업군으로 더 확대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