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관리법 규제로 헴프 실증단계에 머물러...산업화 가능하도록 규제 풀어야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는 THC 0.3% 이하 헴프 생산 판매하도록 법제화
경북도, 헴프규제자유특구와 연계해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안동에 유치 건의
경북지역 일원이 2020년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에 지정됐지만 국내 마약류관리법 규제에 묶여 실증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헴프 산업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2020년 8월부터 2024년까지 4년간 경북 안동시에 경산시 일원 8개 지역 42만㎡ 규모를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사업은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이 주관하고 있다.
총사업비 388억원(국비 229억원, 지방비 124억원, 민자 35억원)을 투입해 산업용 헴프 재배 실증, 원료 의약품 제조 및 수출 실증, 산업용 헴프 관리 실증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35개 기업이 재배-추출, 제조-수출-관리 실증사업을 하고 있다. 실증사업은 모두 오는 11월이면 마무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실증 이후 산업화는 불투명하다. 우리나라가 1970년대 제정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각성분 함량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헴프(HEMP)는 향정신성 물질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이 0.3% 이하 함유된 대마 식물이다. 마리화나와 구별되는 비환각성 산업용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국내 법은 마약류로 분류해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농업법 개정으로 THC 0.3% 이하의 경우 규제에서 제외해 섬유·화학물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법제화했고, 유럽도 합법적으로 생산된 헴프 유용 물질 '칸나비디올(CBD)' 시판을 허용했다. 일본도 대마의 성숙한 줄기와 종자에서 추출한 CBD 오일과 THC가 없는 CBD 제품의 수입을 허가하고 있다. 각 국가가 2024년 427억달러(5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헴프 소비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속속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통해 2024년 12월까지 마약류관리법을 개정해 대마 성분 의약품 국내 제조와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북도는 하루빨리 현행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화에 대비한 실증 특례 추가 지정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원료 의약품에 한정한 CBD 수출과 특구 내 매매 불가라는 현재의 특례를 헴프 원물 수출, CBD 원료 의약품 외 수출 확대 허용, 특구 내 사업자 간 매매 허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출용 제품이라도 생산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대량 생산의 길을 열어줘야 지역에 기업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도는 또 헴프 산업화와 연계해 보건복지부가 오는 11월 공모 예정인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유치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시행한 K-바이오 랩허스 입지선정은 인천에 돌아갔지만,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일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 열린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출하 기념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헴프 규제자유특구에 기업이 공장을 짓고 수출용 제품이라도 생산할 수 있도록 마약류관리법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면서 “최적의 입지를 갖춘 경북 안동에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