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력거래소, '출력 제어' 명문화...재생에너지 직격탄 맞나

태양광-풍력 등 모든 재생에너지에 적용
발전사업자 "출력 제약, 이익 침해" 반발
개정안, 보상방안 없이 추진도 도마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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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자신문 DB]

앞으로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모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출력에 제약을 받는다. '출력 제어'가 명문화돼 이행 의무가 발생한다. 탄소중립 정책에 맞춰 고공비행하던 재생에너지 업계가 위축될 전망이다.

2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는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 협단체 등에 전력시장 운영규칙 개정 제안서를 발송했다.

개정안은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를 명문화한 것이 특징이다. '풍력, 태양광 및 연료전지 발전사업자는 전력거래소와 송·배전 사업자가 출력 제어를 시행하는 경우 따라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부칙에는 모든 사업용 발전기에 적용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내륙 등 전체 태양광과 풍력, 연료전지 등 발전사업자는 출력 제어 이행 의무가 발생한다.

적용 대상은 신설분과 기설치분을 모두 포함한다. 전력거래소는 신설분에만 출력을 제어할 경우, 안정적 계통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반발한다. 기존 설치분에도 출력을 제약하는 것은 이익 침해라는 것이다. 특히 계통 안정성을 갖춘 일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편차도 우려된다. 반면 전력거래소는 이익 침해 소지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시행 중인 산업통상자원부 신뢰도 고시가 '포괄적' 출력 제어 이행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는 이유다. 신뢰도 고시는 전력시장 운영규칙의 상위 개념으로, 정합성 측면에서도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보상 방안을 배제한 채 추진되는 것도 논란이다. 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출력 제어를 당해도 이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해준다면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개정안은 보상에 대한 구체 내용과 '이에 대한 세부 사항은 하위 규정에서 정한다' 같은 단서가 전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업계는 이번 조치가 재생에너지 생태계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태양광 발전 예비 사업자들은 은행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힘들어질 수 있다. 전력 판매 수익 변동성 등이 커지기 때문이다. 통상 PF는 고정 발전량 등을 토대로 추산된 예상 수익을 근거로 이뤄진다. 은행은 출력 제어 등 예측 불가능성이 확대되면 대출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이유로 은행이 PF를 강화하면, 재생에너지 투자는 줄고 관련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전력거래소 등이 출력 제어를 실행하면 발전사업자들은 전기를 생산해도 팔 수 없게 된다”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신규 PF 대출을 반려하거나 고금리로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PF 대출이 강화되면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는 악영향을 받고, 자연스레 기자재 구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태양광 모듈, 인버터 등 재생에너지 관련 제조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출력 제어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규칙을 우선 개정하는 것”이라면서 “(출력 제어에 따른) 출력 제어 세부 절차 및 근거 등 후속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는 개정 규칙을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공고일로부터 6개월 내 공지하는 날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