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국IT리더스포럼과 정장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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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IT리더스포럼은 매월 셋째 화요일 오전 7시30분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다. 2000년 초에 시작돼 20여년 동안 변화가 없다. 윤동윤 포럼 회장의 그날에 알맞은 촌철살인성 코멘트와 '아침식사 후 강연이 있겠습니다'로 시작된다. 그동안 발군의 전문가가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전해 주었고, 그 기록은 협회 사무국 홈페이지에 기록돼 누구나 볼 수 있다.

새삼 포럼 태동의 역사를 들춰 보게 된 계기는 정장호 회장(전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의 별세 때문이다. 당시 정 회장은 부회장인 나에게 정보통신계의 몇 분과 포럼의 창립을 논의했다며 협회에서 사무국을 운영하면 어떠냐는 의견을 물었다. 실무적인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무적인 조치가 마무리되고 한국IT리더스포럼이 발족됐다. 초대 회장은 윤동윤 전 체신부 장관이 맡고 사무국은 협회와 전자신문사가 공동으로 관리하게 돼 오늘에 이르렀다. 당시 정 회장은 기업 CEO로서 국내외 통신산업협력에 주력하고 정보통신 산업통계 발간,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업무 수탁, 유관기관 설립 등을 하는 등 많은 애착을 보였다. 베트남에서는 통신산업 협력과 교육지원 사업으로 우전훈장을 받고, 정부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매사에 선이 굵은 경륜가로서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고, 인간적인 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Let's it be'(순리에 맡겨) 등 팝송을 즐겨 듣고, 고희 단상으로 '내 마음에 네가 있다'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이 책 머리말에서 오탁번 고려대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객원교수 시절 비즈니스스쿨 최고경영자 과정에 참여하고 있던 당시 LG전자 전무이던 정 회장을 만났다고 했다. 만남의 소회로 시대를 앞서가는 순발력과 창의력, 해박한 지식과 눈매가 날카롭고 열정적인 경영자 모습으로 각인됐으며 여유롭고 온화하며 안목이 넓다고 밝히고 있다.

단상에서는 2005년 2월 협회장을 마치며 아쉬운 점도 있지만 해방된 기분에 하늘을 나는 느낌, 그래도 마음속에 늙어 간다는 허전함이 스민다고 하면서 IT산업 발전을 위해 일했다는 보람 속에 있다고 했다. 모친께서는 분수를 지키고 세계를 향해 꿈을 키우라고 강조하셨으며, 본인은 이를 지키기 위해 평생 분에 넘치는 일을 삼가고 어떤 때는 지나치게 몸조심을 했다고도 했다. 우리 가전제품을 많이 사 준 미국과 전화교환기를 사 준 베트남에 자기 평생 동안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산다며 모친의 가르침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했다.

포럼에서는 늘 같은 구역의 같은 자리를 고집스럽게 지켰다. 지난봄에는 당신에게 정부 포상 계획이 있다고 하는데 최 박사(필자)가 대신 받으면 좋을 것 같아 추천하겠다며 의견을 물어 왔다. 물론 대신도 불가하고 아직 때가 아니라며 정중히 사양했지만 옛 부하를 배려하는 고마움에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지금도 그 정감 어린 목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지방에서 일하느라 소식을 제때 듣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 포럼에 참여해서 협회 사무국 직원으로부터 슬픈 소식을 들었다. 포럼 태동에 큰 역할은 하고 포럼 운용에도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정 회장의 별세를 아쉬워하며 우리 포럼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해 본다.

최명선 전 KAIST 교수 mschoi02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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