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미 많은 영역에서 사람의 능력을 아득히 앞질렀지만 끝을 모르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존 한계를 극복하는 하드웨어(HW)적 고민도 계속된다. 현재까지 거의 모든 컴퓨터가 따르는 '폰 노이만 구조'는 연산과 기억이 동떨어져 있다. CPU가 메모리에서 정보를 불러 실행하고 이를 다시 메모리에 저장하는 식이다. 병목현상이 문제다. 오가는 정보가 많으면 그만큼 병목현상이 심해진다. 막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AI 연산은 더하다. 더 큰 문제는 전력 효율이다. 일례로 과거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국 한 판을 두는 데 약 6000만원 전력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선책을 찾던 사람들이 떠올린 것이 사람 두뇌다. 뇌는 연산과 저장, 학습 등 복잡한 작업을 수행한다. 뉴런과 시냅스를 모사해 연산과 기억 기능을 모두 갖추도록 유닛을 구현, 병목현상 문제를 막을 수 있다. 뇌는 무엇보다 필요 에너지가 적다. 20와트(W)의 낮은 에너지로 기능할 수 있다. 우리 두뇌가 기존 폰 노이만 구조의 모든 단점을 해소하는 열쇠다.
그래서 뇌 구조를 딴 뉴로모픽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모픽'은 모방의 뜻을 지닌다. 뉴런을 모방한 반도체라는 뜻이다. 향후 드론이나 사물인터넷(IoT) 장치, 웨어러블 장치, 자율주행 자동차와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매우 적은 전력 소모로 AI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특히 스파이킹 신경망(SNN)이 대세다. 시냅스로 연결된 1000억개 뉴런이 전기 신호 일종인 스파이크를 만들어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것을 참고한 것이 SNN이다. 아직 심층신경망(DNN)이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SNN이 보다 고성능이다.
에너지 소모도 훨씬 적다. DNN은 모든 입력값에 여러 계층 연산이 필요하지만 SNN은 스파이크 신호 발현 시에만 정보 처리가 이뤄진다.
이미 많은 곳에서 연구 중이다. 세계적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인텔과 IBM 등 기업도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텔은 '로이히(LOIHI)'라는 SNN 기반 뉴로모픽 반도체를 구현했다. 특히 인텔은 이를 통한 다양한 이들과 협력해 응용 알고리즘 연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반도체 구현을 넘어 하나의 생태계를 구현하려는 것이다. 반도체가 전략무기로 거듭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기술력과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곳곳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SNN 뉴로모픽 반도체 제작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뉴플러스(Neu+)와 뉴로핏(NeuroFit)을 개발했다. 각기 디지털과 아날로그 설계 방식이 적용됐다. 디지털 설계 방법은 고집적 시스템 제작이 가능하다. 이 덕분에 뉴플러스는 100만개 스파이킹 뉴런, 10억개 시냅스를 실시간 디지털 방식으로 모사할 수 있었다. 고집적도를 바탕으로 대규모 시스템에 적합하다.
뉴로핏은 아날로그 설계 방식이 적용됐는데, 이 방식은 정밀도는 떨어지는 반면에 매우 적은 비용과 전력으로 운용할 수 있다. 뉴로핏은 적응형 운동학습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이번 성과로 세계 최고 수준 고집적 대규모 디지털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 IP를 확보하는 동시에 아날로그 뉴로모픽 프로세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