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성공과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필즈상 수상으로 이공학 분야에 훈풍이 불고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발사체가 숱한 시련을 이겨내고 우주로 진출한 것과 우리나라 학교 교육을 이수한 자가 세계적 난제를 해결하며 수학계 노벨상을 받은 것은 국민 누구나 감동할 만한 일이다.
과학기술이 생존을 좌우하는 기술패권 시대에서 과학기술 인재의 절실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충분한 인원을 육성하고 적재적소에 공급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인구절벽이 시작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5184만명을 정점으로 2050년 4700만명, 2070년 3700만명 수준으로 총인구가 감소하고 중위연령은 43.7세→57.9세→62.2세로 상승한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공계 연구 인력 부족이 2019~2023년 800명에서 2024~2028년 4만7000명으로 약 60배 심화한다고 내다봤고, 교육부는 반도체 인력이 향후 10년 동안 12만7000명 부족해진다고 예측했다. 배터리, 미래차 등 첨단 산업 분야라면 대체로 비슷한 상황이다.
학교에서도 위기감이 전달된다. 올해 QS 세계 대학 학과별 순위 공학&기술 분야에서 국내 대학은 KAIST 20위, 서울대 34위 등으로 부진하고 순위가 대부분 하락했다. 이공계 대학 입학생은 2019년 14만5000여명에서 2021년 14만1600여명으로 2.4% 줄었고, 한때 세계 최고라던 한국 학생의 수학·과학 성취도와 자신감은 계속해서 떨어지거나 국제 평균에 못 미쳤다. 어린이 장래 희망 목록에서 과학자가 사라진 지는 오래됐다.
정부는 총체적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개편해서 규모를 늘릴 예정이며, 대기업은 유수 대학들과 계약학과를 체결해서 실전형 인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둘 다 올바른 처방이지만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동시에 전문 인력은 더더욱 요구되는 구조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긴 시각에서 과감한 전방위적 해결책을 구상해 봄 직하다.
먼저 과학기술 인재 영역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공계 대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지금처럼 우수 학생이 의학 계열로 몰리지 않도록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연구자 정년을 연장해서 석·박사 전문성이 퇴직으로 사장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박사후연구원, 경력단절 여성, 군인 등 잠재 인력을 일선에 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국내 전문가 유출 억제와 재외 과학기술인 복귀 촉진에 상응하는 전폭적인 처우 개선을 추진하고,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 가운데 약 10%를 차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정착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질적 미스매치 해소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이 양성하고 기업이 활용한다는 사고방식에서 탈피하고 평생교육 관점에서의 인력 순환을 추구해야 한다. 계약학과 방식이 어려운 기업에 소속 직원의 신기술 역량 교육을 지원(Re-skilling)하고, 실전형 인재 배출에 한계가 있는 대학에 고강도 훈련 프로그램을 보충(Up-skilling)함으로써 생태계 상향 평준화와 상호 연계성을 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분야 지식(Domain Knowledge) 권위자를 현장에서 지속 발굴 및 재교육,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 교수진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인재 관련 통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부처별·기관별로 다른 대상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대학 단계부터 구직·입직·전직·휴직·퇴직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를 종적으로 잇는 생애 주기형 보살핌 체계가 필요하다. 그래야 어떤 인재도 낙오 없이 경력을 개발하며 국가에 기여할 수 있고, 개개인의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 가능하며 체감도 높은 인재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사람이 유일한 자원이자 최고 보물인 나라다. 인재를 섬기는 진정한 마음으로 우리만의 생존 전략을 구체화하길 기대한다.
정해관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경영전략본부장 hkjeong@kird.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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