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대체육의 '날'

“10년 전부터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구원들 과제가 모두 '건강기능식품'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모두 대체육으로 바뀌었어요.”

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말이다. 최근 식품업계에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대체육, 대안육이 화두다.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을 내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대체육 연구에 한창이다. 이미 가공식품으로 상용화됐거나 전문 외식 매장도 등장할 정도다.

대체육은 사실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라면 건더기 스프에 들어 있는 고기와 유사한 맛을 내는 콩고기나 두유, 곡물 우유 등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불고 있는 대체육을 포함한 식물성 대안 식품 열풍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표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닿아 있다. 지속 가능 경영이 핵심 가치로 떠오르면서 식품기업들은 친환경적인 사업군을 강화하고 있고, 식물성 대안 식품은 이에 부합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체육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소비자 인지도도 낮은 편이다. 그러나 성장성은 분명히 있다. 해외에서는 20년 안에 전 세계 육고기 시장의 60%를 대체육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리포트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한 대체육에 대한 인식과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있다. 최근 식품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체육 사업 강화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신세계푸드도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 간담회를 열고 대체육 사업 전개에 대한 비전과 방향성을 공개했다.

그런데 발표 자료에는 돼지와 함께 비위생적인 돼지 사육 현장 사진이 등장했다. 이 사진에는 “미국 오스틴에서만 한 해 700만마리 돼지가 캔햄 형태로 세상을 떠난다”는 호프 자런 오슬로대 교수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문구가 함께 표기돼 있다.

사진 한 장으로도 많은 의미를 짐작케 했고, 발표 내용 역시 공장식 사육의 폐해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인수 간 전염병 등이 이어졌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저는 비건이 아니며 앞으로 채식주의자가 될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지금 우리가 구하는 고기 질이 매우 좋지 않다. 가공육도 마찬가지로 더욱 개선하고 이롭게 만들어서 섭취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대체육·배양육에 대한 규제나 지원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국내에선 축산업계가 대체육이란 표현을 쓰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배양육을 허용하는 국가는 싱가포르 한 곳에 불과하다.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식품산업에도 언젠가 대안 식품이 일상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막 태동하는 산업이 굳이 날을 세우며 기존 산업과 대립할 이유는 없다. 각 산업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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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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