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연동제, 하반기 시범운영 추진
정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발표 등
中企 요구 반영한 규제개선 방안 윤곽

윤석열 정부표 중소기업 규제 개선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납품단가 연동제와 주52시간제 보완, 가업승계 지원 확대 등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요구해 온 규제와 애로에 대한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계는 경영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 도입에 속도를 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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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 도입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중소기업 부담이 가중되면서 정부와 정치권 모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란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이를 납품단가에 자동으로 반영하는 제도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원청업체와 하청 업체가 분담하자는 취지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윤 대통령이 공약으로 도입을 약속했던 것으로, 현재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중기부는 '납품단가 연동제 TF'를 발족하고,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 전문가 등이 참여해 논의하고 있다. 정부 입법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법제화 이전에 하반기부터 시범운영을 계획 중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최근 “법안은 발의 후 제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서 “하반기에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어느 정도 현실화되기를 바라며, 법안 만드는 것과 함께 (시범 도입) 두 가지 트랙으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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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이영 중기부 장관 주재로 납품단가 연동제 TF 대·중소기업 회의가 열렸다.

정치권도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다. 각론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여야 모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후반기 국회 상임위 구성을 촉구하면서 납품단가 연동제를 시급히 논의할 민생법안 중 하나로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민생우선실천단에 납품단가 연동제 TF를 구성하는 등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자는 입장으로, 이미 관련 법안 발의도 한 상태다. 중소기업계는 하반기 중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사업이 시작되고, 연내에는 법제화를 기대하고 있다.

◇주52시간제 등 노동규제도 개편

납품단가 연동제와 함께 중소기업계가 개편을 요구해온 주52시간제 논의도 본격화됐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재계는 주52시간제 폐지가 아니라, 제도 취지를 살리면서도 일감이 몰리는 시기 등 특수한 상황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에 정부는 주52시간제 개선을 공식화했고, 지난달 주52시간제 개편 방안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개편 방향의 핵심은 현재 1주(12시간)로 제한된 연장근로 단위를 4주(48시간)로 늘리는 것이다. 현재는 한 주 단위로 법정근로 40시간에 연장근로를 최대 12시간 쓸 수 있다. 반면 개편 방향은 노사합의에 따라 관리 단위를 4주로 늘리고, 4주 안에서 최대 48시간의 연장근로 시간을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주52시간제는 변수가 있다. 개편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근로일 간 11시간 이상의 연속 휴식 부여' 등 근로자 건강을 관리할 보완 조항을 마련했지만,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과도한 노동에 내몰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촘촘한 보완책을 마련해 노동계를 설득하는 것이 과제다.

◇가업승계 제도 현실화 기대

가업승계 제도 역시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보완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업승계 과정의 어려움으로 98% 기업이 '막대한 조세 부담 우려'를 꼽았고, 절반에 가까운 46.7%가 '가업승계 관련 정부정책 부족'이라고 응답했다. 현행 가업승계 지원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는 가업승계 제도 개선을 위해 지난달 '2022년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가업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상속세 납부유예와 가업승계 대상 기업에 대한 기준 완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현재는 과세대상 재산에서 최대 500억원을 공제해주는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매출액이 4000억원 미만이어야 하고, 10년 이상 경영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개편안은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매출액 기준을 1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사후관리 요건도 완화한다.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사후관리 요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상속 후 7년간 대표직, 지분과 고용 유지 등 요건이 복잡해 제도 활용율이 낮았다. 이에 개편안에서는 사후관리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또 현재 100억원인 사전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도 가업상속공제와 같은 수준인 500억원으로 확대한다.

중소기업계는 개편안 내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업종변경 제한 폐지, 징벌적 상속세율 개선 등 추가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기술과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가업승계 기업도 업종 제한을 폐지해야 발전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서 “최고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상속세율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