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업 사회적 역할 점점 중요해지며
'전금법 개정안' 국회 통과 필요성도 커져
정부-기업 소통 정례화…시장 상황 점검
'더 좋은 서비스' 경쟁하도록 적극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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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간편결제진흥원장)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다양한 핀테크 업권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2016년 4월 출범했다. 출범 당시 100여개 회원사에서 약 5년 만에 국내 370개 중견·중소 핀테크 기업과 빅테크를 회원사로 보유하며 성장했다.

이근주 협회장은 협회 창립 당시 준비국장으로서 직접 핀테크 기업을 찾아다니면서 참여를 독려했다. 협회 창립 후에는 핀테크와 정부에 금융권 오픈API 플랫폼 구축 필요성을 호소하며 실제 오픈뱅킹 확산에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 2월 제4대 협회장으로 취임한 이근주 협회장(한국간편결제진흥원장)은 임기 2년 동안 다양한 분야와 규모의 핀테크 기업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부에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봤다.

대담=길재식 디지털금융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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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왼쪽)이 전자신문 길재식 디지털금융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근 제4대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금융시장에 변화도 많고 그만큼 갈등도 많다. 협회장으로서 중점 추진할 사안은 무엇인가.

▲지난 5년여간 핀테크 업권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같은 빅테크 기업과 대형 핀테크 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플랫폼 금융 시대를 활짝 열었다. 동시에 전통 금융사를 위협하며 사용자에게 새로운 금융생활 경험을 안겨주는 금융 업권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자금융업자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필요성도 커졌다. 다수 회원사가 전금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전금법 개정안에서 신설한 마이페이먼트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를 더욱 맞춤형 초개인화 서비스로 진화시킬 수 있는 자격이어서 핀테크 업계 관심이 크다. 현재 마이데이터에서는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해주지만 이후 실제 해당 상품을 금융소비자가 선택·가입하기까지 과정이 구체화돼있지 않다. 마이페이먼트는 금융소비자가 편리하게 최적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마이데이터 서비스 완성도를 더 높이는 기능을 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활성화도 협회가 지속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전송요구대상 데이터 종류를 더 확대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야 더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 논란이 된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도 도입이 필요하다. 중소 핀테크와 대형 빅테크간 입장 차이도 있고 금융사의 빅테크 플랫폼 종속 우려도 있다. 대환대출에 따른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문제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환대출은 지금까지 자산관리 측면에서 부각됐는데 이제는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출은 부채관리가 중요하다. 곳곳에 있는 대출상품을 효율적으로 비교해서 더 나은 대출상품을 추천하고 실제 가입까지 편리하게 이어져야 한다. 이런 환경이 조성된다면 마이데이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업권 간 이해조정 과정에서 핀테크 기업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정책 당국에 전달해서 제대로 된 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뛰겠다. 업권의 목소리가 전달 과정에서 변형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당국에 전달해 제대로 소통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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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확연히 형성됐다. 정부에 무엇을 요청하고 싶은가.

▲소통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디지털금융협의회'를 운영하면서 빅테크와의 갈등 해결 등을 위해 정부와 여러 차례 만났다. 이에 비해 중소 핀테크와의 소통 채널은 없었다. 실무 차원의 소통은 있었지만 대부분 협회 내에서 이뤄졌다.

앞으로는 정부와 중소 핀테크 기업들간 소통을 정례화·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이 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당국에 제안했고 당국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잠재 유니콘, 시장에 막 진입한 스타트업과 소통 채널을 정례화해 시장 의견이 잘 반영되기를 바라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활성화와 망분리 규제 완화 실행도 지속 요청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핀테크·빅테크 영향력이 커졌지만 성장에 치중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핀테크 사업 자체를 혁신으로 보고 혁신과 포용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핀테크 기업인들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협회 차원에서 앞으로 'ESG핀테크'를 제고하려 한다. 사업 모델 자체에서 탄소감축과 환경보호 등의 모델이 있지만 이 업권 자체가 사회적 책임 의식이 높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타 산업군보다 '핀테크 기업인은 사회적 책임 인식이 있다' '핀테크 기업 목적에는 이윤추구 외에 ESG 실천이 있다'는 점을 널리 확산하고 싶다.

동시에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더 노력하겠다. 핀테크 기업이 혁신 마인드로 무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안전한 금융서비스가 되도록 하겠다. 이용자가 '안전한 핀테크'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일정 규모에 도달한 빅테크·핀테크가 자체 비즈니스를 개방하고 협업해 다른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산업의 어른 역할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 은행들이 자체 뱅킹 서비스 기반으로 오픈뱅킹에 참여해 계좌 접근성을 높여줌으로써 이를 기반으로 빅테크·핀테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는 빅테크·핀테크가 다른 핀테크 성장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협회 역할은 핀테크 산업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핀테크는 금융과 정보기술(IT)이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산업이 융합한 신산업이기에 협회 역할이 어떤 산업보다 중요하다. 디지털 금융 혁신을 이끌어가는 회원사들이 '혁신'이라는 핀테크 핵심 정체성을 유지하되 금융업권의 한 축으로서 '책임'도 놓치지 않도록 협회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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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업권 영향력은 커졌지만 핀테크산업협회가 빅테크 중심의 정책을 펼쳐서 중소 핀테크 기업과 다양한 분야 기업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협회에 9개 사업분과를 운영하고 있다. 핀테크 업권 특성상 기업 규모나 사업 분야가 상당히 다양해서 회원사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비슷한 서비스를 영위하거나 영위할 예정인 회원사를 모아서 그동안의 사업 경험을 나누고 사업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지급결제분과 모임을 시작했고 나머지 8개 분과 모임도 조만간 시작하려고 한다. 소규모 스킨십을 활성화해서 비즈니스 협업 등 다양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갈 수 있도록 하겠다. 기업의 대관,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하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할 계획이다.

회원사들의 사업 분야가 워낙 다양해서 분과를 추가하거나 태스크포스(TF) 방식으로 수시로 분과를 설치·해산하는 등 상황에 대응할 예정이다.

협회 사무처 역할도 강화한다. 협회에 '혁신지원팀'을 배치해서 회원사 대응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핀테크 업권의 소통과 홍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협회 회원사에는 핀테크 기업도 있지만 기업은행 같은 전통 금융사도 있다. 핀테크와 금융사간 협업이 상당히 활발하고 금융사가 직접 핀테크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랩과 프로그램, 펀드 조성 등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핀테크는 언번들링이 기본 서비스여서 금융사와 본질적인 부분에서 충돌이 생기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당연한 현상이다. 이 과정 속에서 금융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로 경쟁하게 된다. 시장에서 갈등은 발생 가능하지만 그래도 서비스형뱅킹(BaaS)처럼 협업을 전제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해나가야 한다. 핀테크와 전통 금융사간 소통 채널을 만들어서 특별한 어젠다가 없더라도 임직원간 생각을 나누다보면 이해도도 높아지고 접점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통 금융사와 핀테크 간 더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핀테크산업협회에도 가상자산거래소, 조각투자 등 디지털자산과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이 회원사로 속속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분야별 협단체 난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협회 일원화 이야기도 나오는데.

▲핀테크는 금융산업 구조를 혁신하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가상자산, 조각투자 등 새로운 디지털자산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디지털자산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많아졌다. 협회는 핀테크 기본 가치인 혁신을 바탕으로 신사업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자산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기업이 새롭게 협회 구성원으로 합류했다. 두나무, 빗썸, 코인원, 고팍스 등 주요 가상자산거래소가 부회장사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저작권 투자 시장을 만든 뮤직카우, 초기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을 형성한 아트투게더도 임원사다.

협회는 새로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당국과 국회 등에 전달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등 새로운 핀테크 시장에서도 한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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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제4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으로 취임한 이근주 회장은 동국대학교에서 핀테크와 블록체인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IBK기업은행에서 전산정보부, 뉴욕지점, 국제업무부를 거쳐 스마트금융부장을 지냈으며 전통금융과 핀테크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으로 통한다. 이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설립을 준비하며 설립준비국장으로서 협회 설립과 핀테크 기업 참여에 기여하고 사무국장, 부회장을 역임했다. 소상공인간편결제추진단장, 제로페이SPC설립준비위원장을 거쳐 현재 제로페이 사업을 이끄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본 핀테크 에센셜' 등이 있다.

정리=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