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칼럼]미래산업과 PCB

시화공단·안산공단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업종의 전문기업이 1만8000개 이상 모여 있다. 그 가운데에도 반도체 패키지 기판(PCB)과 전자부품 제조업체, 그와 관련한 기계·소재·부품·외주공정 임가공업체 2000여개가 이곳에 있다. 특히 PCB 산업은 시화·안산공단의 핵심 사업으로 부상했다.

최근 PCB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고부가 PCB 기판 수요가 폭증한 영향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대만 기업들이 PCB 산업에 수조원씩 쏟아붓고 있다. PCB는 전기를 쓰는 모든 기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PCB는 기기 성능을 좌우하는 산업체 필수부품이어서 4차 산업혁명 핵심 부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PCB는 미사일, 비행기, 가전, 컴퓨터, 휴대폰, 자동차에서 장난감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반도체가 제 역할을 잘하도록 하려면 PCB 설계와 제작에 공을 들여야 한다. TV나 컴퓨터 등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경쟁력 있게 영상을 구현하게 하는 데도 PCB는 중요 부품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 중국, 대만은 정부 차원에서도 PCB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공장 설립 등 산업 확장까지 국가적 지원책을 마련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가 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에 가려져 PCB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5세대(5G)용 반도체 기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PCB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시화·안산공단에는 메이저급 PCB 제조업체는 물론 설계와 제조의 주요 공정을 규모 있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업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많다. PCB 제조사가 자신의 생산 능력(캐파)보다 큰 규모의 주문을 받더라도 체계적인 외주 생산이 가능하다.

PCB 경쟁국이자 주요국인 대만·일본에서도 이런 생산체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만은 타오위안에 비슷한 단지가 있으나 외주 협력사의 규모나 기술력이 시화·안산에 비해 열악하다.

PCB 산업은 고용 창출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PCB는 스마트폰, TV, 통신기기 등 원제품의 크기·성능·모양이 변함에 따라 제품 소재·크기·두께·패턴 등이 달라져야 한다. 생산 라인의 완전 자동화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단위 매출당 소요 인력이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5배 이상 많다. 고용에 도움이 되는 전통적인 제조업이면서도 전자, 반도체, 통신, 소재 등에 대한 수준 높은 고급인력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첨단산업이다.

PCB는 각각의 용도에 맞도록 크기와 두께, 사용 재료와 성능 등이 개발자 아이디어에 의해 혁신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로 인해 크기나 성능, 생산원가나 생산성 등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자원은 부족하지만 우수한 인적자원이 많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산업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PCB 산업에도 다양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 경쟁국과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선 PCB 제조용 일부 원판 소재와 공정용 재료, 제조 장비의 국산화도 시급하다.

시화·안산공단처럼 PCB 및 이와 관련한 수준 높은 협력사가 한 공단에 모여 있는 곳은 세계 어딜 가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의 장점을 발전시키고 투자를 확대한다면 한국 PCB 산업 경쟁력을 경쟁국보다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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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일 제4기한국 대표이사(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 명예회장)

현재 정부가 집중하는 반도체 육성을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지원 체계에 PCB를 포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되는 PCB 산업을 위한 적극적인 육성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태일 제4기한국 대표이사(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 명예회장) tib@jesa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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