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법 제정이나 거래소 조치와 같은 하이레벨 논의도 필요하겠지만 '당장 필요한 투자자 보호'에 대한 정의와 논의부터 정리해야 한다. 정작 투자 피해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정보를 습득하고 의사결정을 잘못 내리게 됐는지 파악하는 곳이 하나도 없다.”
김준우 크로스앵글 대표는 이와 같이 말하며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미국의 서부개척 시대에 비유했다. 외국에 법인을 세운 편법 가상자산공개(ICO)와 불법 유사수신 사기가 난무하는 상황이 총·칼이 날아다니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Wild Wild West)'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살인과 강도가 횡행한다면 당장 보안관과 경찰이 투입되는 것이 가장 우선인데, 누가 투자 피해자인지부터가 불명확하다 보니 대책 역시 근본 원인에 다가가지 못하고 변죽을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루나 사태' 경우 피해자를 약 28만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에 루나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은 10만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8만명은 테라의 페깅이 깨지고 루나가 급락한 시점에 급속하게 유입된 집단이다.
이처럼 전체 60%가 넘는 후발 진입자들이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루나를 사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에게 블록체인이나 금융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해결 방안이 되기 어렵다.
김준우 대표는 “투자와 투기는 한 끗 차이인데, 정보와 데이터에 기반해 판단하면 투자이고 아니라면 투기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보호해야 할 투자자들이 누구이며 어떤 형태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자 보호 조치를 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관점은 초기 스타트업을 투자하는 것과 비슷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털(VC)들은 심사역이 스타트업을 평가하면서 자료는 물론 실사까지 거친다. 그럼에도 3년 이내 생존율이 10%에 불과한데 가상자산 투자는 너무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리면서 과도한 리턴을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이 투자자에 제공하는 정보가 부실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각 거래소들은 프로젝트 백서나 유통량 등 간략한 정보에 대해서 표기를 해두고 있지만 어뷰징 등을 우려해 상장 기준이나 평가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고 있다. 또 경영자 자산 매각을 포함해 프로젝트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거래소가 유기적으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코로나 현황 알람처럼 거래소에서도 투자자가 보유한 자산에서 심상치 않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경고를 할 수 있었다”며 “명확한 대응 기준을 거래소 내부 정책으로 정해두고 판단 근거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