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협, '전례 없는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 토론회 개최
'도돌이표 규제개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산업변화에 '명확한 진단'과 유연한 '자율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새 정부에 신설되는 '규제혁신전략회의'에 민간과 전문가 인재풀 참여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2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토파즈홀에서 개최한 '전례 없는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견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는 김병욱·윤창현 의원,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이 공동으로 열었다. 새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내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조영기 인기협 사무국장은 국내 규제가 '갈라파고스'로 갇힌 배경에 대해 △일정 행위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의 한계 △이해당사자간 갈등 발생 △법률 해석상 애매모호함 △신산업의 영향 과잉 해석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현실에 대한 명확한 진단없는 규제는 산업을 위축시키지만, 제대로된 진단을 통한 정책집행은 산업진흥과 상생을 도모한다”며 규제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과 실태 파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쇼핑, 원격 의료 등 변화된 생활환경을 고려한 제도적 변화도 필요하고, 가변적 시장에서 경직적인 입법보다 더 유연한 형태의 '자율규제'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옥죄는 시대착오적인 규제 철폐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격의료와 의료 마이데이터 이용 규제, 카셰어링과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 핀테크 분야의 엄격한 망분리 등이 역효과를 내고 있는 대표 규제로 지목했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의료 분야는 다른 산업에 비해 규제 강도가 셀 수밖에 없지만 비대면 진료가 의료의 접근성, 정보의 비대칭성, 의료 기회에 대한 불평등성을 해결하는 데 유용한 툴이 될 수는 있다”면서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은 쉽지 않지만 넓은 포지티브 규제로 움직일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자율규제 의지를 표명하며 규제혁신전략회의·규제혁신추진단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선 반가움을 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운영 방식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병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양한 관련 집단의 주장에 맞춰 실태 조사를 하고 그에 따른 규제 실효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면서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다각적 분석이 이뤄진 다음, 민간 주도의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장은 “정부가 규제혁신추진단, 규제심단제도 등 규제개선의 추진방식을 다각화·고도화하더라도 기존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중요성과 역할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굴된 규제개선 과제에 대해 규제샌드박스 제도와 연계하는 방식도 고려해 규제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고립되어 있는 쪽의 불이익은 클 수 밖에 없고 균형이 깨지면 사회적 부작용도 커진다”면서 “도전과 혁신을 수반하는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규제 완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규제 체제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국회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코라파고스(코리아+갈라파고스)'는 국내 기업들의 혁신 역량을 억누르는 족돼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디지털패권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제도개선 노력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